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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Dec 20. 2023

엄마의 인간관계

엄마가 되면 

인간관계가 매우 

단순하고도 새로워집니다.


보통은 비슷한 지식수준을 가진

대학교에서 만난 연결고리로 시작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직장 동료를 만나게 돼요.


차츰 부모가 정해준 틀에서 벗어나 

내가 선택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뜻도 모를 감정에 사로잡혀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와 인생을 약속하고 

오르막길을 함께 오릅니다. 

아이를 낳고 살다보면 생각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끼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지금이 감사하기에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면요,

부모가 만들어준 안전지대, 

나의 학벌, 직장, 관심사로 그어진 공간에서 벗어나 

정말 필터 없는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믿고 싶었던 친한 옆집 엄마는 

미드 수준의 배신감을 줄 때도 있고요.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나답지 않게 끌려다니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을 겪다 보면

건강한 엄마라면 결국 다시 

제 안에 집중하게 됩니다.

아이도 점차 엄마가 아닌,

아이 스스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가며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아이가 엄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 

저는 분명 E인 사람인데도,

찾아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 합니다.

천 명이면 상식이 천 개가 필요하듯 

같은 E라도 모두가 천편일률일 수는 없겠죠.

아마도 사람을 찾아 만나지 않아도

늘 사람과 함께 하는 시끌벅적한 

육아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우연히 어떤 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제게 먼저 문을 두드려 주었고 

그 시작이 각자에게도 낯선  

지금까지 겪었던 인간관계의 방식이 아니기에

놀랍고 설레고 제 딴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조심스레 처음 뵙는데도 

함께 있는 공간의 결이 둔탁하지 않았어요.

엉킴 없이 매끄럽게 빗질 되는 기분이기도 했죠.


저는 처음 만나는 인연에게서도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이 또한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저 혼자만의 느낌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곁을 내줬던 날들을 지나,

아이의 친구임에도 

곁을 내주기 힘들게 되고요.

생각해 보면 

한 사람 건너 맺어진 관계는 

모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 말고 남편으로 바꿔봐요.

남편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곁을 내줬던 날들이 있었죠.

그런데 남편의 친구임에도 

분명 곁을 내주려 노력하는데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도저히 풀 수가 없어요.


인간관계는 참으로 어렵기도 

때로는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기도 해요.


우리는 어떻게든 

우연하게 필연하게 

인연을 만나고 떠나보내며

고여있는 듯 흐르는 물에서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 말희님을 만난 기록. 

2023년 12월 6일 5: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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