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글을 쓰는 지금인 10월에 보는 8월 새벽 5시의 사진은 마치 다른 세상인 것처럼 낯설기만 하다.
4계절이라는 게 참 신기해서 같은 시간에 나가도 지금은 한밤중과 같다.
선선해진 날씨는 반갑고 좋지만,
새벽녘을 잃어버린 느낌이라 아쉬움은 다소 남아있다.
글을 그간 멈췄던 이유.
브런치에 합격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6월의 내 모습은 어디 가고 글 몇 개 올려놓고 지친 것인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지난 3개월은 퇴사 욕구와 새로운 일을 해보고자 하는 생각에 다이어리가 빼곡하고,
아이디어가 넘치고,
어떤 곳도 나를 담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자만함도 섞여 있는 마음을 가지고 고민하던 하루하루를 보냈다.
추석을 넘기고 물론 그 생각은 잠잠해졌다.
유튜브가 어느덧 2년 반을 향해 달려가고 소중한 구독자님들도 있고,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게 되는 기회가 생겼는데
또 색다른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평소에 하던 루틴들은 오히려 잃게 되었다.
욕심이 과했던 것
새벽 기상을 하고, 집 근처에 좋은 공원이 있어서 새벽 산책을 하게 되면서 새벽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내가 새벽으로부터 배운 것은,
욕심이 과하면 안 된다는 것.
내가 욕심부리고, 조급하고, 뭔가를 하려고 하면서 조급함이 붙어버릴 수 있지만,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새벽은 언제나 새벽이다.
늘 다른 온도와 향기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새벽은 온전히 같은 시간에 찾아온다.
지구라는 역사가 생기면서 시간은 존재하고 새벽도 존재했다.
밤보다 더욱 조용하게 느껴지는 새벽엔
나의 의지가 없이는 기상할 수 없고, 그 시간은 흘려보낸다.
밤을 보내는 것의 의지는 사실 상대적으로 노력이 필요하지 않지만(나에게는 그렇다)
새벽은 노력이 필요하다.
달콤한 잠에서 일어나야 하는 노력
눈을 비비고, 조깅할 옷으로 갈아입고, 신발을 신는 노력
따듯하게 나의 체온으로 가득한 집을 박차고 나가는 노력
쉬지 않고 움직이며 새벽은 만끽하는 노력
새벽산책을 하면서 나는 내가 누리는 것들이 나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모든 것들을 노력을 다해 얻어야 한다면 힘든 세상에서 다소 지치는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내가 노력하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벽은 언제나 그렇게 존재했고,
내가 노력을 다해 움직이는 날 마주하게 된다.
많은 영감을 주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나의 머리를 깨워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이른 시간에 나에게 오는 메시지 알람이 없다는 것도 나를 이성적으로
온전히 내 생각만 하게 하는 장치가 되어주는 것 같아서 좋다.
해가 떠오르면서 하늘이 붉은빛을 보이기 시작하면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잠깐 가짜 세상에서 행복을 만끽했으나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기분이랄까.
전혀 지치지가 않는다. 오히려 힘을 얻고 돌아가게 된다.
노력의 필요성 그리고 욕심의 한계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는 요즘
내가 욕심낸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늘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6시 반쯤이 되어가는구나를 어림잡아 생각한다
그럼 움직이기 싫은 발을 열심히 움직여서 집으로 가야 한다.
뿌듯함이 큰 발걸음
3분기
의욕만 앞섰고,
행동은 하지 않은 채 아이디어만 쌓여갔던 시간들.
내가 해본 적 없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기도 하고,
냉정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무엇이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처음으로 내 머리에서 꺼내져 나온 아이디어들을 뱉어본 시기였다.
새로운 새벽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 설레기도 한 날.
글을 올리지 않은 시간 동안 새벽시간을 보내고, 나름의 고민을 하면서 내린 결론들은
-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자.
-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 1등을 하려고 하지 말자.
- 의욕을 모두 충족시켜 주기에는 나의 시간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자.
- 너무 많은 생각과 나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공감받으려 하지 말자.
초록불이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