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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에서 배운 인생

슈 맛있다

by IN삶

슈를 굽다 보면, 에어프라이기가 돌아가는 소리에 맞춰 빵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윗부분이 거의 천장에 닫기 직전에, 그들은 큰 춤사위를 멈추고 본인의 크기를 만든다. 이젠 다시 에어프라이기 소리가 나도, 그들은 춤을 추지 않는다. 다시 작아지지도 않는다. 미세한 떨림만 있을 뿐.


인간도 같지 않을까 환경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다가도, 어느새 나라는 사람의 크기가 정해져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존재가 되는 것. 언젠가 때가 되면 미세하게 휘둘릴지라도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오늘 배웠다.


사람에 따라 얼마나 커지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처음에 반죽을 크게 짜는 것처럼 스타트가 애초에 다를 수도 있다. 밀가루와 계란, 버터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데도, 슈는 이스트가 들어가 발효되는 빵보다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슈는 안이 텅 비었다는 것이다. 내가 인위적으로 젓가락으로 구멍을 뚫어주지 않더라도, 반죽이 잘 되면 안은 공기로 가득 찬 동그란 슈가 된다. 그렇게 크림이 속을 채울 때, 비로소 우리가 아는 슈가 완성된다. 가끔 가다가 반죽이 옆으로 넓어지면, 안에 구멍이 없어진다. 그 슈는 크림을 받아들이지 못해, 슈가 완성되기도 전에 내 입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이다.


본인 자리를 모르고 한없이 옆으로 다리만 뻗다가는 이도저도 안된다는 것일까, 알맹이 없이 무리하게 커졌다가는 에어프라이기가 열리는 순간, 온도차로 인해 바닥에 납작 붙어버린다.


내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확인하고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출발선으로 돌아와 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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