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봤다.
끌어당김은 단순히 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된다고 스스로 믿는 것이라고.
‘나는 이런 집에 살 거야’ 같은 미래 시점이 아니라 ‘나는 지금 이런 집에 살고 있어’처럼 현재 시점으로 일기를 써보면 좋다고 한다.
빰빠빰빠밤— 빰빠빰빠밤’
암막 커튼이 쳐진 어두운 침실 안에서 알람 소리가 울린다. 알람을 끄자 자동으로 커튼이 열리며 따뜻한 아침 햇빛이 들어온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슬리퍼를 신고 1층으로 내려간다. 넓은 통창 밖으로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푸릇푸릇한 잔디밭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날씨가 어떤지 확인하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뒤 주방으로 향한다. 아일랜드 식탁 위에 캡슐 커피 머신을 작동시켜 두고, 욕실에서 가볍게 씻고 나온다.
아침을 먹기 위해 가정용 식물 재배기에서 신선한 채소를 따 씻고, 제철 음식으로 가득 찬 냉장고에서 연어를 꺼내 간단한 샐러드를 만든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마당에 있는 테라스에서 미리 내려둔 커피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어제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휴대폰으로 확인하며, 주방 옆의 긴 복도를 지나 작업실로 들어간다.
작업실은 모든 벽이 빽빽하게 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에는 비싸 보이는 거대한 원목 테이블이 놓여 있다. 컴퓨터를 켜고 쌓여 있는 연락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답장을 보낸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30분이다.
컴퓨터를 끄고 2층 드레스룸으로 올라가 슬랙스에 가벼운 재킷을 걸친다. 지갑과 차 키 등 중요한 것들을 가방에 챙겨 차고로 향한다. 진열된 여러 대의 차 중 노란색 스포츠카에 시동을 걸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사무실에 도착해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일을 진행하며 여러 팀과 미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었다. 필요한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달한 뒤, 사무실을 나와 근처 조용한 호텔 라운지로 향한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창가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꺼내 정리해야 할 생각들을 간단히 메모한다. 당장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은 다음 주로 미뤄두고,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직접 판단해야 할 것들만 남긴다. 예전처럼 모든 일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가끔은 낯설다.
잠시 후 파트너가 도착하고, 커피를 앞에 두고 사업 방향과 다음 분기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숫자와 지표를 확인하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대화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급하게 결론을 내릴 필요도, 오늘 안에 모든 답을 정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미팅을 마치고 나와 천천히 차를 몰아 한강 근처로 이동한다.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부드럽게 들어온다. 갑자기 일정이 비어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예정에 없던 산책을 하기로 한다. 휴대폰은 무음으로 전환한 채 주머니에 넣어 둔다. 지금 이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시간이다.
강변을 따라 걷다가 벤치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한때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팔았고, 지금은 시간을 선택하기 위해 돈이 일하게 하고 있다. 이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방향에 대한 확신은 있다.
해가 조금 기울 무렵 집으로 돌아온다. 차고에 차를 세우고 들어서자, 낮 동안 따뜻해진 집 안 공기가 느껴진다. 간단히 옷을 갈아입고 주방에서 와인을 한 잔 따른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잘한 선택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고민들을 가볍게 정리한다.
밤이 깊어지기 전, 작업실에서 다시 노트를 연다. 내일의 할 일 목록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 대해 적는다. 어디에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지,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은지. 이미 이루어진 것들과, 아직 남겨둔 것들을 구분하며 천천히 문장을 이어간다.
불을 끄고 침실로 올라가 침대에 눕는다. 그렇게 또 하루가 조용히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