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마음이 낯설다면 조금 슬프지만 그래도 괜찮아

by 인생실험실

요즘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살면서 잘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 그런지 한편으론 낯설기도 하다. 무언가에 쫓기거나 불안하기 보다는 잔잔한 호수같다. 불안과 우울이 가끔 찾아오지만 스쳐가는 봄 바람처럼 살포시 지나가는 것 같다.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다. 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왜 마음이 편안할까? 억지로 변하려고 바뀌려고 노력한 게 아닌데 갑자기 찾아온 편안함의 이유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을 품고 있다 “나를 평가 대상에 두지 마세요. 인정중독편” 영상을 통해 작은 실마리를 찾았다. 최근 무엇하나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느끼게 된 최근 사례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한 스타트업에 합격했지만 가지 않게 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다 포기한 것이었다. 이 두가지 공통점은 내 욕심을 깨닫고 스스로 놓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처음엔 팀 어시스턴트로 두루두루하는 보조 업무라서 지원했는데 면접을 보고 나서 마케팅과 디자인으로 주 업무가 바뀌었고 나름 내 경력을 활용할 수 있어 커리어를 쌓기도 좋아보였다.


하지만 조울증에 대해 공부하면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나 압박이 오는 환경은 피하고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려고 했다보니 좋은 기회을 놓치는 것 같아 고민이 되었다. 야근도 잦고 이전 회사처럼 나를 갈아넣어야되는 게 보이지만 가서 잘하면 나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었다. 혼자 고민하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생각했고 죄송하지만 대표님에게 연락해 입사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기보다는 무언가를 하지 않을 결정을 하는 게 더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미리 신청해둔 창업 관련 프로그램도 하차를 하게 되었다. 예전처럼 남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만 받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불도저처럼 달렸겠지만 요즘은 나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덕분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 것 같다.


요새 유일하게 열심히 하는 건 배드민턴이다. 벌써 반년정도 배우고 있는데 태어나서 처음 취미라는 게 생긴 느낌이다. 누군가에게 멋져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니 이 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다. 여태 뭐 하나 꾸준히 하는 게 없다고 자책을 많이했는데, 난들에게 좋아보이는 것만 하니 꾸준히 하지 못한게 아닐까 싶다. 30년 인생 이제서라도 좋아하는 걸 찾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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