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

by 인생실험실

집에만 있는 것이 갑갑해 밤에 가벼운 산책을 했다. 찬 겨울바람이 코를 찡하게 했지만, 특유의 겨울 냄새가 좋았다. 핸드폰을 보지 않고 앞만 보며 걷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눈앞의 돈과 이익만 쫓으면서, 스스로는 꿈을 좇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남들과 다르게 살겠다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다녔지만, 정작 진짜 좋아서 한 일은 많지 않았다. 유튜브도, UIUX도, 창업도 결국 “이걸 하면 나중에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라는 계산이 먼저였다. 최근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쇼핑몰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누구보다도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좇던 것은 어쩌면 허상이었다.


배드민턴을 배우면서 비로소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감정’을 알게 되었다. 잘하지 못해도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그 즐거움 덕분에 자연스럽게 계속하게 되었다. 그동안 스스로를 끈기가 없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라 자책했지만, 사실은 그런 구조를 내가 만들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TV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저도 이렇게 잘될 줄 몰랐어요.”

“그냥 좋아서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며 재촉하고 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인생은 단순하고 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복잡하게 얽힌 미로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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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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