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올해로 서른하나가 되었다.
앞자리가 바뀌면 인생도 크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나조차 잠시 헷갈린다. 학생 때는 1년이 지나면 학년이 올라가서 나이를 기억하기 쉬웠는데 말이다.
서른이면 엄청난 어른일 줄 알았는데, 막상 서른하나의 나는 그렇지 않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고쳐야 할 것도 많은 미성숙한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지금의 내가 더 좋다.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꽤 잘 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낯설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만큼 나라는 사람이 아직도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겠지.
지난 10년 동안은 늘 빨리 성공하고 싶었다. 빨리 성과를 내고, 빨리 안정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말하던 ‘성공’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좋은 회사에 가는 것,
연봉이 높은 것,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무를 갖는 것.
직접 경험해보니, 그것들은 내가 진짜로 원하던 답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오히려 더 큰 좌절이 찾아왔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애써왔던 걸까,
왜 이렇게 마음이 자꾸 허전할까.
이 시기는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
얼마 전, 정말 심심한 마음에 GPT에게 내 사주를 분석해달라고 부탁했다.
괜히 내 이야기를 끼워 맞출까 봐, 그동안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주만 봐달라고 했다.
불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공존해서 겉으로는 무덤덤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늘 수많은 생각이 흐른다고 했다. 내가 왜 이렇게 변덕스럽고 복잡한 사람인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설명이 납득이 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크게 터뜨리는 인생이 아니라, 흔들림을 정리하며 버텨내는 구조를 완성하는 인생.”
나는 빨리 성공하도록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20대에는 계속 도전하고 방황하고 실패하면서 ‘이게 맞나?’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다 서른이 지나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하고, 서른 중반쯤 되면 비로소 자리를 잡으며 훨씬 편해진다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괜히 웃음이 났다.
너무나 지금까지의 내 삶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불안하고 흔들리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그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조금은 단단해졌다고.
많이 괴롭고, 지치고, 힘들었겠지만 그 모든 시간이 인생의 거름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후련한 마음으로 새로운 서른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는 결과보다 순간을 더 즐기며 살고 싶다.
불행을 피하려 애쓰기보다는,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