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바꾸지 않기로 한 이유

by 인생실험실

“모든 걸 내가 직접 경험하고 비교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얼마 전 엄마와 외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 차 안에서 들은 말이다. 예전 같으면 ‘왜 이렇게 예민하냐’는 핀잔처럼 들렸을 텐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나를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엄마 말로는,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누나와 정반대였다고 한다. 순하고 조용했던 누나와 달리, 나는 모든 게 극성이었다. 크게 울다가 병실에 있던 다른 아기들까지 다 깨워놓고서야 잠들었고, 간호사분들도 꽤 힘들어했다고 한다. 뭐든 직접 만져보고, 해봐야 직성이 풀려 말을 지지리도 안 들었다고 한다.


요즘 친구 이사를 도와주면서도 또 한 번 느낀다. 가구 하나를 사도 혼자서 밤새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한 번은 작은방 커튼을 네이비로 하기로 계약까지 마치고 돌아왔는데, 그날 새벽 내내 인테리어를 생각하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장님께 연락해 라이트 그레이로 바꿨다.

친구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일단 사는 편인데, 나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비슷한 제품과 사이트를 전부 돌아다녀야 마음이 놓인다. 내 집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대충 넘어가는 게 잘 안되는 것 같다.


한때는 이런 성격이 싫었다.


무던하고, 덤덤하고, 웬만한 일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사람은 게임 캐릭터처럼 성격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김연경 배구 선수를 보면 ‘무던함’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예민하고, 섬세하고, 집요하다. 만약 적당한 선에서 쉽게 타협하는 성격이었다면 과연 월드 클래스의 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내가 싫어했던 이 성격이, 다른 장면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엄마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이 성격으로 운동했으면 진짜 잘했을 것 같아.”


나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기준이 높다 보니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결과가 명확하고, 오로지 노력과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세계가 더 잘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배드민턴을 배우고 있는 지금도 누가 보면 국가대표를 준비하는 줄 알 것 같다. 내 말을 듣던 엄마는 이런 성격으로 매번 말단 막내 사원으로 있으니 버틸 수가 있겠냐고 웃으며 말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성격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단점이 되기도, 장점이 되기도 한다.

억지로 나를 바꾸기보다, 이 성격을 어디에 쓰면 가장 잘 빛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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