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뿐인 인생이 실험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둘 중 하나의 유형일 것이다. 하나는 과감히 인생을 걸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다른 하나는 미친 사람.
익히 알 듯 패기와 객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종이 한 장. 종이 한 장은 굉장히 얇지 않은가? 그만큼 미세한 차이임에도 패기와 객기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패기와 객기를 가르는 종이 한 장은 무엇일까?
잠깐 흐름에 벗어나 생각해 보건데, 인생에 아쉬운 순간이 없었던 적이 없다. 대문자 INFP로서, 굳이 애쓰지 않아도 10년이 훨씬 지난 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로 인한 생각의 꼬꼬무가 이어진다. 이러한 성향을 자각하고 살아온지 15년이다. 생각 스위치를 꺼본 적이 없는 만큼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음에도, 사고의 근본적인 기조가 아쉬움과 후회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무엇이 원인일까? 본질적인 문제는 ‘좋은’ 인생을 살고 싶단 욕구에서 출발한다.
각주를 덧붙이면, 좋은 상태가 도출된 순간적 결과로서의 ‘Good’한 인생이기보다 ‘어떻게’를 수반한 ‘Well’한 인생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가 1990년대에 들어 8단계까지 확장되었음 또한 들어 보었는가?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는 다음의 5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생리적 욕구 > 안전의 욕구 > 소속의 욕구 > 존경의 욕구 > 자아실현의 욕구]
그리고 매슬로우의 욕구 8단계는 다음의 단계를 제시한다.
[생리적 욕구 > 안전의 욕구 > 소속의 욕구 > 존경의 욕구 > 인지적 욕구 > 심미적 욕구 > 자아실현의 욕구 > 자기 초월의 욕구]
이는 기존 5단계에 해당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인지적, 심미적, 자기 초월의 항목으로 세분화되면서,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이 상당히 첨예해지고, 관계적으로 얽히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근래의 자기계발서는 인생을 잘 살기 위한 담론들을 미시적 단위부터 생산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잘 살게 되었는가를 물으면, 여전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분명, 세상에는 많은 지식과 정보가 빠른 속도로 생산되고 있는데, 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사실 우리는 답이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답이 넘쳐서 문제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다양하고 세밀해진 만큼, 답 또한 다양해졌다. 답이 도출되는 과정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답의 이전에는 질문이 있고, 질문의 이전에는 기준이 있다. 그렇기에 누구에겐 맞는 답이 나에게는 오답이 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획득하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획득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자. 패기와 객기를 가르는 종이 한 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어서 질문을 수정해보자. 패기와 객기를 갈라야 하는가?
대개, 구분하고 구별하는 작업은 예리한 통찰과 필요한 전략을 얻게 해준다. 그러나, 구분과 구별은 이를 담보로 차이를 자각하고, 차별을 생산하게 만든다. 당장 우리만 해도 패기와 객기를 구분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는가. 같은 맥락에서 인생이 실험이라는 발상을 객기로 치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패기와 객기를 구분하는 차이를 스스로에게까지 적용 시키면서, 실패한 나를 자아에서 분리해 내기 시작했고, 잘 사는 인생에선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원고를 마무리하며 생각해보건데, 각자의 여유롭지 못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인생을 실험으로 소비할 순 없지만, 실험적일 순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어서가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욕망하며, 실패 또한 성공의 밑거름이라 치부하고 싶지도 않다. 실패는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 없이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