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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내 Oct 30. 2017

신입생을 위한
실험 레포트 작성 팁

실험 레포트를 작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1. 서론


  맨 처음 "실험 레포트"를 쓰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무엇으로 얼마나 채워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졸업을 앞둔 지금은 유독 실험 수업이 많은 학과 커리큘럼 덕분에 랩 레포트를 어떻게 써야 좋은 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취업 잘 된다"는 말에 속아 공대로 발을 들인 우리 신입생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맨 처음 실험 레포트를 쓸 때 느낀 그 당혹스러움을 떠올리며 랩 레포트에 대하여 몇 가지 팁을 적어보겠다. 미리 알려두자면 필자는 화학공학도로, 일반화학, 일반물리학을 비롯한 화학공학 관련 과목에 대해서만 알고 있으며, 연구 논문은 써본 적이 없는 일개 학부생이다. 따라서 이 글은 오로지 참고용으로만 보고, 원칙은 조교가 안내해준 바에 따르도록 한다. 


2. 본론


2.1 논리의 흐름을 지키자. 그러니까 최소한 술은 깨고 쓰자.

2.2 네이버보다는 구글, 구글보다는 RISS

2.3 자나 깨나 레퍼런스 조심


2.1 논리의 흐름을 지키자. 최소한 술은 깨고 쓰자.

  21세기 인터넷 강국 코리아의 공대생에게 수기 레포트란 고문 그 자체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이용하여 레포트를 작성하고 프린트하여 제출하라는 교수님도 계시긴 하나 아직까지 수기를 요구하는 교수님들이 많다. 레포트를 기준으로 시험 문제를 내실 텐데 굳이 왜 수기를 고집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수기로 작성하든 컴퓨터로 작성하든 발로 쓰든 술 먹고 쓰든, 기본적인 형식과 들어갈 내용은 정해져 있으므로 중요 요소들을 빼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의 흐름"이므로, 되도록이면 술에서 어느 정도 깬 후 작성하도록 하자. 찾은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논리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다면 큰 점수를 얻기란 힘들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레포트 형식은 학교, 학과마다 다르니 조교 또는 교수님께서 안내해주신 대로 쓸 것.


2.2 네이버보다는 구글, 구글보다는 RISS

  레포트는 기본적으로 학술잡지에 실린 논문 형식을 따라야 한다. 요즘 대학교는 진리의 상아탑은커녕 취업 사관학교로 점차 변모해가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학교란 연구 활동 종사자, 지식인을 양성하기 위한 고등교육 기관이므로, 가장 보편적으로 "잘 썼다"라고 인정받는 것(=논문)을 따르는 것이 좋다. 즉, 쓰다가 모르겠으면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논문은 각 학교마다 제휴된 RISS를 이용한다. 유료로 열람할 수 있는 양질의 논문들이 무료로 제공된다. 논문은 실험 결과 데이터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므로, 실험 리포트 하나를 쓸 때 적어도 수 편의 논문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http://www.riss.kr/ 메인페이지

  논문을 봐도 모르겠다면 일반화학, 분석화학, 실험 교재 등을 찾아보도록 하자. 조교님께 가서 슬쩍 "이거 모르겠는데 어디서 찾아보면 좋아요?" 하고 물어보면 보통 친절히 설명해준다. 특히 새내기라고 하면 그 친절함은 배가된다. 뭐 물어보러 갈 때 꼭 손에 음료수 하나 씩 쥐고 가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제 김영란법이 시행되니 뇌물은 넣어두자. 상큼한 미소와 예의로 무장하면 뇌물은 필요 없다.


2.3 자나 깨나 레퍼런스 조심

     

  레퍼런스는 "이 정보를 누구한테 들었다"는 좌표를 찍어주는 것이다. 좌표를 제대로 찍어야 정보에 신빙성과 설득력이 생긴다. 어떤 맛집을 찾아가는데, "블로거가 그랬다"는 것보단 "동기가 어제 여기 갔다왔다는데 진짜 맛있었다더라"고 말하는게 더 신빙성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자료 출처를 잘 남기지 않는데, 정말 위험한 습관이다. 아무리 막 쓰는 학부생 레포트라지만 레퍼런스는 철저하게 잘 남겨야 한다. 나중에 대학원에 진학하든 취업을 하든, 레퍼런스와 관련되어 시비가 자주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버릇을 잘 들여놓아야 한다. 자료를 다루는 가장 기본이 바로 '출처 제대로 잘 밝히기'다. 인터넷 유머 콘텐츠도 함부로 퍼 나르면 욕먹는 세상인데, 아무렴 전문 정보는 오죽할까.

  먼저, 본문의 인용된 부분에 윗 첨자(superscript) 숫자를 써둔 다음, 그 번호에 해당되는 문헌들을 아래와 같이 쓴다. 책 하나에서 여러 번 인용된 경우는 숫자를 추가해서 쓴다. 순서는 <저자, 책 제목, 출판사, 출판연도, 인용한 쪽>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조교의 지시를 따르도록 한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예시>
① Oxtoby, Principles of Modern Chemisry, 4/ed., Saunders College Pub.,1996, pp. 12-15.
②,⑤ D. C. Harris, Quantitative Chemical Analysis, 4/ed., Freeman & Co., 1996, p. 107.
⑦ S. Budavari et. al., The Merck Index, 12/ed., Merck & Co., 1996, p. 365.


  여기서 잠깐. 레퍼런스를 적을 때 간혹 "위키피디아", "네이버 백과사전"을 싫어하는 교수님이 계시다. 새내기이니 위키피디아(영문)까지는 봐주시는 분들이 있긴 하나 되도록이면 빼도록 하자. 친구에게 맛집 위치를 알려줄 때 자세하게 알려주고, 적어도 맛집 블로거의 추천 맛집은 피하는 것이 예의 아니던가. 정의를 쓰더라도 출처에 위키피디아를 쓰지 말고 전공 책 제목을 쓰는 슬기로움을 발휘해보자. 학계에서 널리 인정하는 저널(=논문), 교과서(=전공책) 및 이에 상응하는 출판물 등에 한정하는 것이 좋다. 

※ 전공책은 중앙도서관에 가면 저자 별 출판사 별로 싹 구비되어 있다. 중앙도서관을 찾아 마음에 드는 전공책을 고르자. 여러 가지 책을 보는 것이 좋다. 보고 싶은 전공책이 없다면 도서관에 문의하자.


3. 결론


  대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란 어쩐지 하나도 도움되지 않는 막일 뿐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레포트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작성하다 보면 전공 지식이 자연스럽게 습득된다는 마법을 체험할 수 있다. 선배의 레포트를 받아 베끼는 것보다는 혼자 고민하며 열정을 녹여내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고 바람직할 테다. 학부 수준의 실험은 대개 실험이 복잡하지 않은 편에 속하므로, 실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험 방법의 논리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레포트에 알찬 내용을 녹여낼 수 있다. 찰기 없는 쌀알을 부어놓은 것보다는 찰진 찰밥이 더 맛있듯 레포트에 담기는 내용이 유기적으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찰진 맛을 내는가가 중요하다. 논리적인 흐름은 "내가 왜 이 내용을 쓰는가", "왜 이 내용이 나왔는가"를 기초로 생각을 이어나가야 생겨난다. 쉽게 얘기하자면 선배 꺼 아무거나 막 베끼지 말고 공부 많이 해서 레포트를 쓰자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검토다. 빠진 내용은 없는지, 논리의 흐름이 매끄러운지, 문장이 매끄러운지 체크를 한 후 레포트를 제출하도록 하자. 제출 하루 전에 밤새지 말고 3일 전에 중앙도서관에서 집중해서 쓰고 끝내버리자. 자료의 경우 논문과 전공책이 가장 좋은데, 인터넷 자료를 봐야 한다면 위키피디아 영문으로 보자. 두산 백과사전이나 네이버 블로그를 레퍼런스로 썼다간 감점당한다. IT건 화학이건 맛집이건 네이버 블로그의 글은 보통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맛집만 해도 낚이기 부지기수인데...). 레퍼런스를 잘 챙기고, 모르는 내용은 조교님께 가서 예의 바르게 질문하고, 술을 먹었다면 깨고 나서 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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