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돼. 완벽하지 않은 것도 완벽한거야.
며칠 전, 미술을 좋아하는 신랑을 따라
세종문화회관으로 미술 전시회를 다녀왔다.
전시회 이름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이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중 총 65점(유화 63점, 조각 2점)을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특별전이다.)
서양 미술사 600년의 흐름을 해외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강연형 도슨트 설명을 듣고 관람을 시작했다.
화가의 표현방식, 작품의 이야기 등을 떠올리며 그림 하나 하나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았다.
인터넷과 책에서만 보던 유명한 그림들을 이미 공식화 된,
누구나 알고있는 지식을 토대로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작품 앞에 멈춰 섰다.
'라울 뒤피'가 그린 '화가의 집'이란 작품이다.
이 그림은 전시장에 함께 걸린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작품과 화풍이 확연히 달랐다.
인물의 표정과 옷의 질감, 소품 하나까지 명암과 색으로 '완벽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다른 작품들 사이에서 이 그림은 나뭇잎, 구름, 잔디밭, 벽의 문양 등 사실과는 다르게 자유롭게 그려졌다.
하늘을 칠한 색과 집을 그릴 때 사용한 색도 이전에 사용한 색들과 모두 섞여있다.
처음 그림을 봤을 때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마 전시된 65점의 작품 중 가장 오랜 시간 바라본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림을 완벽하게 그린 당대의 내로라하는 화가들 사이에서 이 자유로운 작품은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있는 나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돼. 완벽하지 않은 것도 완벽한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작품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라울 뒤피는 '완벽한 사실 묘사'보다
'행복한 순간의 느낌'을 더 중요하게 봤다고 한다.
퇴사 이후, "대충 하기, 80%까지만 하기"를 연습하고 있는 나에게 정말 큰 울림을 준 작품이었다.
신랑이 미술을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음악과 무용은 흘러가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을 듣고 보고 상상하고 느낄 수 있지만
미술은 정지되어 있다. 내 눈이 그림 한 곳에 머무는 동안 멜로디가 흘러가지도,
동작이 지나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 순간을 온전히 붙잡고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미술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