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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산 Jan 22. 2020

혼자보다 둘, 셋 보다 나은 둘

종로에서 토익 강의를 (00명이서) 한다는 건

혼자보다 ,  보다는 


지금은 다이나믹 듀오로 유명한 그 둘은 또 다른 한 명과 함께 셋이서 CB Mass라는 이름의 힙합그룹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CB Mass의 랩 가사처럼 혼자보다는 둘 일 때, 둘보다는 셋 일 때 좋은 점이 분명 있다. 다다익선이라는 고리타분한 성어도 있고, 셋의 목표가 같다면 협업을 하며 혼자나 둘일 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셋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전제조건이 충족해야 성립 가능한 공식이다.


나는 YBM 종로 e4u 어학원에서 토익 강의를 할 때 혼자서도, 둘이서도, 셋이서도 해봤다. 넷 이상의 강사가 같은 팀을 이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있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결국 둘이서 하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에-같은 강좌명을 쓰면서 둘은 기초반, 둘은 실전반을 맡는 식이다-논외로 하겠다. 내가 이 학원에서 혼자 강의한 기간은 10개월, 둘이서는 7, 셋이서   3개월이다. 기간이 제각각이어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세 가지 모두 경험해본 입장에서 강사 인원수에 따른 여러 특징들을 한 번 비교해보려 한다. 입장 차를 고려하여 강사의 입장과 수강생의 입장으로 나누어 정리하겠다.

혹여나 (예비) 토익 강사나 토익 강의 수강생들이 이 글을 본다면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기에 각자의 기준으로 참고만 하기를 바란다.


[토익 강의를 혼자/둘/셋이 할 때 특징 비교]


+ 혼자 할 때

1. 강사 입장

모든 수익을 혼자 다 갖는다.(물론 학원이 60-70%를 가져가고 난 후의 이야기다)

강좌명, 수업시간표, 포스터 디자인, 교재, 프로필 사진, 카페 운영, 홍보 등 수업에 관련된 모든 결정을 정말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이 수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태클을 거는 사람도 없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말해줄 사람도 없다.)

혼자만의 시간을 매우 자주 많이 가질 수 있다.(내향적인 사람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공강 시간에 많이 심심해한다.)

보통 혼자 밥을 먹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 외 업무들을 외주에 맡기게 된다.(디자인, 마케팅, 수강생 관리 등)


2. 수강생 입장

수강료가 팀 수업에 비해 약간 저렴하다.

학원을 다니는 동안 일관적인 리듬을 유지하며 공부할 수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선생님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 둘이  

1. 강사 입장

수익을 반으로 나눠야 한다.(학원이 가져간 60-70%도 아까운데 거기서 또 50%로 나눈다. 그러나 보통 두 명이 두 종류의 반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한 수업당 같은 숫자의 수강생이 등록한다면 혼자서 다 갖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모든 것을 파트너와 의논하고 정한다.(원장님께 최종 컨펌을 받아야겠지만 강좌명, 수강대상, 교재, 수업시간, 전체 일정 등 모든 걸 함께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가끔은 강의실이나 길거리, 식당 등 학원 근처에서 소리 지르며 싸우는 선생님들을 볼 수 있다.)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있다. /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

둘 중 한 명에게 강의 홍보에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그래픽 디자인, 영상제작, 마케팅 등) 엄청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의 외 일이 엄청 많아진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마치 집안일을 분업해서 하는 부부 같다. 이를테면, 조교관리는 A 선생님이 하고 행정실 소통은 B선생님이 하는 식이다.)

가장 많은 토익 강사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2. 수강생 입장

두 가지의 다른 스타일로 배울 수 있다. (보통 한쪽은 외향적, 열정적, 적극적, 채찍 담당이고 나머지는 내향적, 온순, 친절, 당근 담당이다.)

LC와 RC를 50:50으로 배울 수 있다.(보통 혼자서 강의를 하는 수업은 어쩔 수 없이 RC를 더 많이 다루게 된다.)

(종종) 카페나 커뮤니티를 두 개 이상 가입해야 한다.

교재 권 수가 많아진다.(어떤 수업은 교재가 5권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게 교재 종류를 많이 만드는 이유는 교재비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함이다.)


+셋이 할 때

1. 강사 입장

수익을 3으로 나눠야 한다.

수업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그만큼 결정도 쉽지 않다.

보통 LC, 문법, 독해로 나눠서 강의를 하는데 문법과 독해를 맡은 강사들끼리 기싸움을 한다. (같은 RC영역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

셋 중 한 명은 다른 둘에 비해 일을 덜 하게 되고 자연스레 나머지 둘이 일을 덜 하는 한 명을 안 좋게 생각한다.(그래서인지 셋이 함께 하는 팀은 오래가지 못한다. 1년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2. 수강생 입장

세 가지 스타일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보통 세 명이 한 팀인 수업은 그렇지 않은 수업들에 비해 수강료가 비싸다.

가입해야 하는 카페, 커뮤니티가 많다.

교재도 숙제도 많다.


내가 둘이서 하는 수업을 가장 오래 했기 때문에 편파적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토익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강의 중 둘이서 하는 수업이 가장 많다는 게 fact다.


강사든 수강생이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모두가 몇백 점씩 오른다는 대형강의에서 1점도 오르지 않아 10명 이하로 진행되는 강의만 찾아다니는 사람도 보았고, 20-30명의 인원이 너무 적어 부담스럽다며 대형강의로 수업 변경을 한 사람도 보았다. 토익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예비 수강생들은 온라인 광고, 커뮤니티의 글, 친구의 추천 등 최대한 많은 사전조사를 통해 수업을 결정하기를 바란다. 요즘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수강신청 전 강사와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강사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볼 겸 수업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토익강사를 꿈꾸거나 수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안된 현직강사라면 여러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이서 하는 팀 체제로 수업하라고 말하고 싶다. YBM 종로센터의 파워토익을 파워 캐리 하시는 박혜원 선생님이나 토익계의 전설 유수연 선생님, 하버드 출신 배동희 선생님과 같은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둘이서 한 팀을 이루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둘이서 수업을 하려면 나와 잘 맞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보통 원래 아는 사이인 경우는 드물고 거의 학원에서 짝을 맞춰준다. 그래서 그렇게 팀이 바뀌고 파트너가 바뀌는 것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갑자기 한 팀을 하라고 하니 안 맞을 수밖에. 이런 와중에 멤버 교체 없이 5년 이상 꾸준히 수업을 한 듀오들이야 말로 진정한 다이내믹 듀오가 아닐까 한다.


+ 다음 글 예고

진정한 다이내믹 듀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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