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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산 Feb 01. 2023

왜나라로

20230116

새벽 4:30에 도착한 인천공항은 그 큰 공항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해외로 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에도 빈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토요타 렌타카를 수령하고 시간여행자의 첫번째 목적지인 가라쓰 해변으로 가면 갈수록 사람도 차도 점점 없어지고 흐렸던 날씨도 점점 맑아졌다. 


가라쓰해변

부산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 여기 가라쓰 해변으로 흘러오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쓰레기를 찾았다. 이미 쓰레기를 줍고 있던 현지인에게 가서 한국어로 된 쓰레기없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말없이 당황스러운 미소만 지었다. 얼마 안가 스가와라상이 ‘동원샘물’ 비닐 라벨을 찾아냈다. 역시 미치자네! 

가라쓰 해변에서 쓰레기를 찾는 장수왕과 스가와라상



숲속 나무들이 마치 조경업체가 예쁘게 정돈해놓은 것 마냥 각맞춰 자라고 있다



가라쿠니다케 한국악

몇 시간을 달려 가고시마에 도착, 스가와라상은 한국악에 올가야한다고 했다. 주차장 관리인 아저씨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라이또 아리마스까? 스리 아워스! 산세또! 라고 하며 등산장비 하나 없는 우리를 걱정했다. 500미터만 올라가면 된다는 스가와라상의 말과 제주 한라산 백록담 등반 경험을 믿고 올라갔지만... 내 인생 올라갔던 산 중 가장 힘들었다. 눈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화산 유황 가스와 귀를 잘라낼것 같은 차가운 바람, 비명처럼 들리는 바람소리, 그 매서운 바람 속 수분이 바위와 나무에 부딪히며 그대로 얼어버려 만들어진 뾰족하고 하얀 서리들. 당장이라도 요카이가 튀어나올 것 같은 이 곳. 예수라도 카미를 믿어야 이 무시무시한 산 속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악에 도착하자 건장한 남자도 몸을 가두기 힘든 바람이 일분에 한번씩 불어댔다. 고개를 들어보니 땅과 구름은 모두 발 아래에 있었다. 여기는 분명 하늘보다 더 높은 곳이다. 가라쿠니다케 분화구 끄트머리에서 덜덜 떨면서 눈앞에 다케하치봉과 에비노고원을 감상한다. 한반도 도래인이 이 험난한 한국악을 통해 일본에 들어왔던 그 때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해가 지는 요카이 지옥을 조심조심 내려왔다. 

무시무시한 한국악 가는 길
한국악 직전 휴게소
나무에 부딪혀 그대로 얼어버린 바람
한국악에서 바라본 다케하치봉
사람은 저렇게 작다
하늘보다 더 높은 곳


아지노돈카츠마루이치

한국악 덕분에 너무 너무 배고픈 우리는 오뤼자상이 고른 로스카츠를 먹기로 했다. 클로징 타임 8시 직전, 셰프님이 우리를 보더니 코리안? 그러면서 들어오라고 쿨하게 오케이하셨다. 두툼한 로스와 바삭한 튀김, 돈카츠 소스와 눈물 나게 아린 겨자의 조합은 혼또니오이시이데스네.

인생 로스 카츠!
바케다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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