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이해기/김만희
“뭐 새로운 거 없어?”
신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며,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다. 보통 론칭 준비 시 야심찬 각오 아래 많은 팀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낸다.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만한 기발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문하지만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보면 새로운 건 커녕 어디서 본 것 같고 해본 것 같은 아이디어만 가득이다.
간혹 정말 발칙한(?) 아이디어가 나오긴 하지만 도저히 실현 불가능 하거나 예산에 맞지 않는 아마추어적인 아이디어여서 한숨만 푹푹 나온다. 그래도 꼰대 소리 듣기는 싫어 실없는 웃음으로 애써 마음을 감추며 밤을 지새운 경험들…. 아마 신규 론칭을 준비하거나 리뉴얼을 준비하는 마케터라면 공감할 것 같다.
사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의 왕도(王道)는 브랜드 오리지널리티(Brand Originality)다. 필자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강조해왔고,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본인의 이야기야말로 세상에 유일무이한 콘셉트다.
하지만 얼마 전 본인이 기고한 글을 읽은 지인으로부터 잘 읽었다는 인사와 함께 이상적이긴 하나 왠지 공허하다는 말씀을 들었다. “‘찐의 전쟁’이란 메시지는 너무 이해가 되고 공감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거 같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패션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는 크게 2개 종류의 비즈니스 타입이 있다. 산업을 이끄는 혁신 리더와 그 뒤를 따르는 추종자. 다시 말하면,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그 변화의 대세에 올라타는 팔로어(Follower) 브랜드들이다. 시장 구성원 대다수는 사실 팔로어들이며, ‘Fast–Faster–the Fastest’와 같이 누가 더 빠르게 움직이느냐로 성공의 열쇠가 귀결된다.
근무 경력의 대부분이 내셔널 브랜드였던 본인 역시 일을 할 때 윗분(?)의 눈높이에 맞는 세련된 레퍼런스를 찾아 벤치마킹 포인트를 잘 공략하는 것이 업무 방향성이었기에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참 어렵고 지루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내셔널 브랜드의 대부분이 지속적인 벤치마킹에 브랜드 운영 시스템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근데 어떻게 하라고? 뭐 할 말이 있어야지…”라는 반응이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이전 기고문에서는 MZ 세대들의 이슈 그룹인 BTS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그들의 성공방정식을 ‘B 反메시지–T 소통 공간–S 팬덤’으로 제안했다. 필자는 이 BTS 모델이 앞으로도 메인 스트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실행에 있어 격차가 큰 브랜드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 모델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없을까 고민해보았다.
그러던 중 함께 일했던 김휘찬 주임이 BTS의 라이벌 그룹인 EXO를 떠올려보며 그들과 연관시킨 마케팅 모델을 제안했고, 그 뒤로 BTS vs EXO 그림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려보았다. EXO 역시 MZ 세대들에게는 큰 인기가 있는 그룹이지만, 스터디 해보니 BTS와는 접근 방식이 많이 달랐다.
뻔한 아이돌의 세련된 성공 방정식: EXO
“본인들의 장점을 노출하고, 고객을 흥분시켜라. 그리고 리스크를 유기적으로 관리한다.” 간단하게 엑소를 살펴보자. 엑소는 국내 SM엔터테인먼트의 9인조 아이돌 보이그룹이며, 태양계 외행성을 뜻하는 단어 ‘Exoplanet’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원래 EXO-K(6명), EXO-M(6명)이 모여 12인조로 데뷔했지만, 중국向 그룹인 EXO-M의 중국인 멤버 3명이 탈퇴하면서 9인조가 됐다.
2012년 3월 31일과 4월 1일 각각 서울과 베이징에서 글로벌 데뷔 쇼케이스를 했다. ‘으르렁 으르렁’댔던 그 풋풋한 아이돌이 벌써 10년차가 돼가고 있는 정상급 아이돌 엑소, 그들의 성장 뒤에는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성공전략 포인트가 있다.
1) Exposing: 모든 전략은 노출로부터 시작된다
미국 경제학자 롤랜드 홀(Roland Hall)이 주장한 AIDMA 모델, 인지-흥미-열망-기억-행동으로 이어지는 소비자 행동은, 일단 주의를 끌어야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고 구매에 나서게 된다고 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아이돌로 기획된 엑소는 한국과 중국의 타깃을 나누어 기획했다. 한국向, 중국向 그룹을 합치면 완전체 엑소가 되는 기획은 참신하면서도 주의를 이끌었다. 또한 엑소는 유닛활동(개별 멤버들이 예능, 연기, 솔로 활동 등을 하는 것)을 통해 개개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에게 호감을 쌓은 아이돌이다.
요즘에는 아이돌들의 흔한 인지 상승 방식이지만, 10년 전에만 해도 아이돌들의 연기, 예능 진출은 그렇게 환영받지 못했다. 이는 하나의 메시지로 일관되게 대중들에게 접근한 BTS와는 차이가 있는 접근 방식이다. 팬들이 9명의 각기 다른 매력, 아우라가 넘치는 멤버들에게서 매력을 하나라도 느꼈다면, 주의를 이끄는데 성공한 것이다.
2) Exciting: 흥분시킬 수 있는 색다른 차별화, 이종결합
차별화 전략은 고객에게 자사의 제품이 독특한 것으로 인식되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초반 엑소는 데뷔할 때 멤버 개별로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사실 높아져 있는 고객의 눈높이를 생각하면 굉장히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콘셉트다. 아마 엑소 본인들도 처음 콘셉트를 받았을 때 오글거림을 접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유연함을 생각한다면 활용처는 무궁무진했을 것 같다. 콘텐츠로서 엑소 멤버들의 초능력이라면 마블 히어로들과의 대결도 팬들 입장에서는 수용 가능한 콘셉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엑소는 음악 장르의 선택에서도 여타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게 폭이 넓다. 실험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대중성을 적절하게 포함시키고 퍼포먼스로 차별화를 준다.
엑소의 최고 히트곡인 ‘으르렁(Growl)’, 그들의 음악적인 성장이 두드러지는 ‘Call me baby’, 우주 동화스러운 ‘Love me right’, 인상적인 멜로디와 댄스로 매력적인 ‘Love shot’ 등 다양한 장르로 도전하며 겹치는 음악 스타일을 가진 타이틀 곡을 유지하지 않고 차별화를 둔다.
3) Organizing: 안정화된 조직 관리
엑소의 인사말은 “We are ONE! 안녕하세요, EXO입니다”이다. 즉 ‘우리는 하나’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아이돌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멤버의 탈퇴, 팀내 불화, 스캔들 등 인적 자원 관리이다.
2013년 으르렁의 대박 이후, 승승장구하던 엑소에게 중국인 멤버 크리스의 탈퇴는 풍파를 겪게 했다. 또한 5개월 후 루한의 탈퇴는 그야말로 토네이도와 같았다. 2020년, 작년에는 멤버 첸의 결혼소식, 찬열의 스캔들 등 여러 이슈가 많았던 해였던 만큼 리스크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매우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멤버 백현이 SM 솔로아티스트 최초 100만장 판매고를 올리는 등 좋은 실적도 거두었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한다. 현재까지 10년간 유지한 엑소는 사실 소속사의 유연한 대처안으로 인해 팬덤의 이탈을 막고 있다. 엑소 K, M으로 나누어있던 엑소의 세계관을 바꾸고, 멤버들의 초능력 콘셉트와 무너진 밸런스를 아예 언급하지 않고, 여러 이슈 속에서도 9명의 멤버는 지킴으로서 팬들에게 하나의 엑소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당신의 비즈니스의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은 계획안에 있는가 없는가? 적어도 SM엔터테인먼트는 이러한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엑소는 한국 아이돌 최초 5년 연속 대상 수상, 대한민국 음반시장 12년만의 밀리언셀러를 이은 5년 연속 퀸터플 밀리언셀러, 콘서트 티켓 전체 매진 전 세계 최단기록 보유(1.47초), MAMA 대상수상 기네스 세계기록 보유, 그룹과 솔로 앨범을 각각 100만장 이상 팔아치운 사례는 서태지 이후로 두 번째 등 다 나열하기도 힘든 엄청난 기록들을 보유한 보이그룹이다.
이정도의 인기라면 HOT, 신화, 동방신기의 맥을 잇는 아이돌 그룹 팔로어에서 원조(Originator)로 불려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MZ 세대가 좋아하는 아이돌에서 성공전략을 배워 여러분의 기획에 도움이 되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