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해방 놀이기구

무서워도 또 타고 싶은 이유-

by 기쁨작가

“엄마, 나 이건 진짜 못 탈 것 같아.”

대구 이월드.

아이와 후룸라이드 앞에 서서 줄을 서는데, 아이 얼굴이 살짝 굳어 있다. 고개는 끄덕이지만 눈엔 겁이 가득하다. 그런데 발은 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무섭지만… 해보고 싶다는 얘기다.



잠시 후, 우리 가족은 나란히 올라탄다. 함께 타고 있는 배는 출렁이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점점 높아진다.

"우리 소리 지르기 없기! 소리 지르는 사람은 소원 들어주기!"

갑작스러운 큰아이의 제안에 결국 아무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대신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바닥으로 향해 떨어지는 순간들을 지켜봤다.

머리부터 마음까지 모든 게 붕 뜨는 기분.

무서우면서도, 지구의 중력에 나를 맡기는 그 느낌이 이상하게 즐거웠다.



“엄마, 재밌어! 나 또 타고 싶어!”

이게 뭐라고? 방금까지 무섭다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사실 작은아이는 봄에 에버랜드에서 국내 최고 낙하 높이와 45도의 최대 낙하각, 거기에 백워드 드롭까지 있는 ‘썬더폴스’를 타고나서 “다시는 안 탈 거야.”를 선언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한 후룸라이드를 앞두고 겁을 먹은 듯했다. 언니가 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줄은 섰지만, 발길은 내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이월드에서는 “재밌다!”며 일부러 소리 지르며 두 번이나 더 탔다. 강도는 다르지만, 같은 ‘물에 젖고 떨어지는’ 놀이기구였다. 하지만 이번엔, 웃으며 또 타고, 줄을 다시 서고, “진짜 재밌어!”라고 말했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도도, 각자의 시기와 리듬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의 벽을 넘는 타이밍은 아이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조금 더 익숙해졌을 때, 조금 더 준비되었을 때, 아이도 자기만의 속도로 두려움을 경험하고, 그걸 ‘재미’로 바꿔가는 중이었다.




사실 나도 예전엔 이런 놀이기구가 정말 무서웠다. 떨어질 땐 눈을 꼭 감고, 입을 다문 채 그저 얼른 끝나기만 바랐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일부러 눈을 뜨고, 일부러 소리를 지른다.

그게 무서움을 이겨내는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눈을 뜨면 그 속에도 풍경이 있다는 걸 보게 되고, 소리를 지르면 몸 안에 있던 감정이 확 풀려나가는 걸 느낀다. 무서움을 피하는 대신, 온몸으로 통과해 보는 경험.

그게 어른이 된 나의 변화다.


생각해 보면, 두려움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함께 지나가야 할 감정이라는 걸 놀이기구에서 배운다. 쏟아질 것 같은 마음을 한껏 소리 지르며 비워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NLP에서는 이런 상태를 '감정의 상태 전환'이라고 한다. 처음엔 무섭다가도 끝나고 나면 신나서 웃게 된다. 감정을 없앤 게 아니라, 감정 안에서 나를 바꾼 것.


아이도 그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두려워하면서도 도전해 보고, 불안해하면서도 다 해내고 나면, 그 안에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참지 않고, 잘 사용하는 연습.

놀이기구 위에서 오늘도 훈련 중이다.


무서운 걸 참고 참다가 터지는 것보다, 소리 지르며 털고 가는 용기가 더 낫지 않을까.

그게 놀이기구가 우리에게 주는 작은 연습.

일상을 버텨낸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감정 해방 훈련이다.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소리 질렀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그 감정, 어디에 잘 내려놓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