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한 올씩 정리하다
“엄마! 나 무슨 일이 있어도 혼내면 안 돼?!”
퇴근 후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이가 달려와 묻는다.
살짝 긴장한 얼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말투는 조심스럽지만 뭔가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 알았어. 혼내지 않을게.”
잠시 망설이던 아이가 외친다.
“나 앞머리 잘랐어!”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응~ 잘했어.”
살짝 잘린 앞머리.
동생이 앞머리를 자른 걸 본 후로 몇 번이고 해보고 싶다고 말하던 아이였다.
결국 친구와 쉬는 시간에 몰래 시도해 본 모양이다.
사실 나는, 아이가 짱구이마를 드러낸 모습이 더 예뻐 보여 앞머리를 내리는 걸 말려왔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거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조금만 잘랐어. 근데 마음에 들어. 엄마가 마저 잘라줘!”
나는 가위를 들고 아이 앞에 앉았다.
“많이 자르면 안 돼! 눈썹에 걸치게 딱! 잘라줘야 해!”
싹둑.
딱 한 번 잘랐을 뿐인데, 아이는 거울 앞에서 울상을 짓는다.
“길이 안 맞잖아! 오른쪽은 짧고, 왼쪽은 길고...”
“아직 다 안 했잖아~ 다듬으면 괜찮아.”
“근데! 난 더 긴 쪽이 마음에 드는데... 그럼 못 맞추잖아!”
가위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몰라!!!”
아이도 혼란스럽고, 나도 답답한 순간.
나는 잠시 물러나기로 한다.
씻으러 들어가며 조용히 기대해 본다.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길.’
씻고 나왔지만 아이 표정은 여전히 흐렸다.
나는 아이를 안아주며 조심스레 말한다.
“다시 거울 봐봐. 엄마가 보기엔 예쁜데~.
마저 다듬어서 더 예쁘게 잘라줄게.”
그제야 아이가 거울을 자세히 보더니 말한다.
“아까는 이상했는데... 지금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
다시 가위를 든다.
이번엔 한 올 한 올 더 신중히.
층을 조금 내주고, 좌우를 조심조심 다듬는다.
“아… 어색해.”
거울을 요리조리 보며 말하는 아이.
그런데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번진다.
“근데… 마음에 들어.”
오늘도 아이 덕분에 다시 배운다.
* 원하는 게 분명해야 원하는 결과가 온다는 것.
* 감정은 풀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것.
* 그리고, 진짜 대화는 ‘(예뻐지고 싶은) 긍정적 의도’를 이해할 때 시작된다는 것.
여러분은 아이가 감정적으로 터질 때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비슷한 경험 있으셨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