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 날이 차구나

by 아동


날이 차구나.

그러고 보니 해가 바뀌고 소한이 지났더구나.

작은 추위, 큰 추위 첩첩이 남았는데 겹겹이 껴입고도 시린 발 동동 구를 너를 생각한다.

서해 수호의 선봉에서 극한 추위와 맞짱 뜨는 너를.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너는 말하지.

"동해나 강원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뼈 시린 한 마디에 난방 바람세기를 '미약'으로 바꾸고 조끼 하나 껴 입는다.


'사회'라는 밀림 속, 그 속에 서 있는 너를 그려 본다.

겨우 달력 한 장 넘긴 이 시점에서 내 일터 속 네 또래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 어리고 늠름한 이는 제 몫을 올곧이 해내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하더구나. 제각기 바쁜 업무 중 저만 1인분 못하는 것 같아 좌절도 많이 했단다. 혼자 주먹을 욱여 물기도 했다는구나.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경험이라곤 전무하고 온통 낯설고 어려움투성이일 지금의 네 일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지금의 너는 응애응애 울음 우는 갓난아기처럼 세상천지를 모를 때다. 두려움이나 불안도 뭘 알아야 느낀다.

실수가 곧 위험이니 어쩌면 모든 걸 '완벽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지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나의 미카야.

새로운 걸 접하며 실수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있다면,

너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거다.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28년 사회생활에서 진심 우러나온 사실이다.

다만 그 실체가 당장 눈에 잘 보이지가 않는다. 보고 듣고 느껴지지 않으니 불안할 거다. 그 역시 당연한 이치지.

켜켜이 겹이 쌓이면 깨닫게 될 거다. 성장 테두리를 두른 묵직한 실력자의 모습을 말이야.


분명한 건,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

먹은 거 하나 없는데 똥이 나오나.

가래떡 한 뼘 뽑는데도 쌀 씻고 불리고 찌고 찧는다.

실패 없이 경험이 쌓이나. 경험 없이 숙련이 되나. 숙련되면 성숙해진다.

성숙되면 막연한 불안감도 사라질 테다.

시도 때도 없이 끌려 내려가는 자존감도 자리 잡을 테고.

그러기 위해 기초 생활부터 잘 해야된다. 잘 먹고 잘 자야 몸도 정신도 온전타. '몸이 재산'이라며 나를 안심시키듯 밥 숟가락 크게 뜨던 네 모습을 떠올려 본다.

여전히, 밥은 잘 먹고 있는거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

참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낯설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들 단톡방에 새해인사를 잊지 않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네가 새해 인사로 건넨,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을 나도 오늘 열심히 해내 보련다.


입버릇 같은 내 부탁. "밥 잘 챙겨 먹어."

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꼭 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