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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욱 Aug 21. 2021

디자이너가 빠르게 성장하는 확실한 방법

고민의 흔적 먹어치우기

회사에 들어온 지 언 3주가 지났다. 2주 정도는 시간이 여유롭였다. 회사의 분위기 파악, 디자인 아이덴티티 파악을 하고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를 체득하는 시간이었다. 대충 눈칫밥을 먹으며 멍 때리다가 시간을 보냈다는 말이다. 3주 차부터는 어리둥절함을 유지한 체 작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 간 느낀 3주간의 간단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물론 회사를 다니며 아차! 하며 깨달은 건 아니다. 이전의 생각이 더 '강화'된 생각이다. 이번 주제는 디자이너가 빠르게 성장하는 확실한 방법이며 그 방법으로 고민의 흔적을 먹어치우는 전략에 대해 얘기한다. 왜 해야 하는지의 본질과 어떻게 정리하면 될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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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리고 피그마에 접속했다.(피그마는 그냥 디자인 협업 툴이다.) 과거 자료들을 보고 있었다. 남들이 어떤 아웃풋을 만들어내는지 보고 있었다.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어떻게 이것들을 카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이때 시간이 많았다) 뭘 보면 좋을까? 이리저리 아웃풋을 들여다봤다. 하필 왜 저렇게 만든 걸까? 버튼 위치는 왜 여기를 잡았지?  순서는 왜 이렇지?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했다. 하나의 디자인을 잡고 폰트부터 간격까지 분해를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이것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걸까? 그 작업 과정이 낱낱이 궁금했다. 옆에 앉아서 훔쳐보고 싶었다. 그들의 작업방식이 궁금했다. 상상으로는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파일에 파일을 타고 가던 도중 아카이빙 자료를 봤다. 

회사에는 피그마라는 툴을 쓰는데 재택을 하다 보니 피드백을 받을 때 글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글에는 피드백이 고스란히 남겨있었다. 안내사항으로는 피드백과 작업 과정은 지우지 말라는 문구도 있었다. 피드백 문구는 다소 산발적으로 나열되어있었지만 읽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그의 의도가 느껴졌고 이런 생각이 났다. 왜 피드백 과정을 지우지 말라 했으며 작업 과정을 남기라 했을까? 혹시 이런 생각일까?


'이 디벨롭되는 과정이 모인다면 교육자료로 써도 좋겠다!' 

'인턴, 처음 들어온 사원까지 디벨롭 과정의 모음집을 만들어준다면 정말 큰 자산이 될 수 있겠다!'







내가 몇 달 전에 작업을 정리하던 방식이 떠올랐다.

대충 재현해봤다.

나는 내 작업물의 디벨롭이 되는 방식을 이렇게 표현했었다. 아 이런 식으로 정리하기 위해서?! 경험과 지금의 상황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긴 하다.

현실적인 디자인의 난잡함





되돌아 생각해보니 고민의 흔적은 초보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공략집 같았다. 

공략집도 결국 남들의 정돈된 시행착오를 들여다보는 건데 내가 들여다본 자료 중에 가장 쓸만한 자료였다. 단순히 예쁜 아웃풋을 분석한 것 이상의 생생한 고민의 흔적과 피드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받은 직접적인 피드백을 나는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책에서도 볼 수 없고 유튜브에도 없는 진짜 지식이다.


그리고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거야말로 디자이너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길이다. 고민의 흔적을 먹어치우는 것!





디자이너가 빠르게 성장하는 확실한 방법
첫 번째


Insite1. 고민의 흔적을 먹어라

고민의 흔적은 쉽게 말해 시행착오이며 디벨롭되는 과정이다. 디벨롭되는 과정을 먹어야 한다. 최종적인 디자인 시안이 나오기 전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배치는 이렇게 하는 게 나을까? 색은 어떤 게 좋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레이아웃이 답답해 보이지? 정보의 순위 이게 맞나? 어떤 게 읽히기 용이할까? 색, 레이아웃, 1px 2px의 차이를 보며 디테일을 더 해갈수록 쉬워 보였던 디자인도 굉장한 고민의 연속에서 태어났음을 깨달을 수 있다. 토스 어플만 봐도 그렇다. 매우 간결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이다. 하지만 쉽게 탄생했다고 보긴 어렵다. 쉬워 보이는 디자인일 수 록 엄청난 빼기의 작업이 들어갔음을 알아야 한다. 디자인은 빼기이며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 함이기에 그렇다. 


고민의 흔적을 먹는 것이며 시행착오를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고민의 흔적을 먹어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답은 이전에 질문들에 있다. 



이렇게 하는 게 나을까 저렇게 하는 게 나을까?
잘 모르겠다..

고민의 흔적을 먹어야 하는 이유

이유 1. 결론적으로 고민의 흔적들은 의사결정의 기준을 만들어준다.

무엇이 버려지는 디자인이고 무엇이 통과되는 디자인인가?

무엇이 사랑받는 디자인이고 무엇이 짝사랑하는 디자인인가?


마케터의 상황에 대입해 이야기하자면 수많은 시안은 A/B테스트와 같다. 나는 A/B테스트가 매출 증대를 위해 존재하는 줄 알았다. 물론 머나먼 미래로 봤을 땐 맞지만 A/B테스트의 본질은 매출 증대가 아니다. 매출 증대를 위한 광고의 '의사결정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모우는 작업이다. A처럼 광고했을 때 B처럼 광고했을 때의 성과측정을 한다. A처럼 광고했을 때가 잘된다면 A가 다음 광고의 의사결정기준에 반영되는 원리다.


꼭 디자인, 마케팅일 필요도 없다. 그림을 그릴 때와도 같다. 그림을 그릴 때 무엇이 버려졌고 무엇이 합격했는지를 모아둔다면, 그리고 그것을 비교한다면 그것만큼 소중한 데이터가 있을까? 글쓰기도 같다. 나의 초안부터 최종 투고까지 어떤 진화과정을 거쳤는지를 보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무엇이 잘못됐고 잘됬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마치 이건 마치 린하게 일하는 방식과 같다. (가설-검증-배움 방식의 무한 사이클) 이를 통해 시장에서 통하는 패턴의 데이터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무슨 느낌인지 감이 오지 않는가? 이건 삶의 본질과도 비슷하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은 매일매일 A/B테스트를 하는 셈이다. 하루의 차이는 미묘할지라도 3개월의 수치는 분명 다르다. 사람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다. 정확히는 시행착오를 먹으며 성장한다고 보는 게 맞다. 굳이 자신만의 체험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행착오를 보면서도 많은 배우기 때문이다. 디자인 의사결정이든, 글쓰기든, 마케팅이든, 뭐든지 말이다.


이유 2. 초보적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가의 기록이 있다면 다시는 초보자로 가지 않는다. 쉽게 말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초보, 중수와 고수의 차이를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의사결정기준이 생기면 다시 초보자가 될 수도 없다. 구린 건 보기 싫어도 이미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구린지 정확히 체크할 수 있다. 어렴풋하게 아는 게 아니다.



이유 3. 스스로 해결해 나가게 된다.

눈이 높아지고 실력이 올라감에 따라 스스로 피드백하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알게 된다. 그러면 컨펌에 과도한 의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는 빨리 만들고 빨리 컨펌을 맡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팀장급, 사장급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저급한 디자인을 빨리 만들고 잦은 컨펌 맡는 디자이너를 좋아할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령 컨펌을 맡았다 해도 다시 스스로 고민을 해야 한다. 컨펌을 디자인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색이 약한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후킹 할지 고민해보세요" "의도가 뭐예요? 의도에 맞게 디자인된 거 같아요?"라는 의견을 받는다면 더 이상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 없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야 한다. 고민의 흔적을 차근차근 먹어둔 사람이라면 프로덕트가 어떻게 디벨롭되어가는지를 안다. 그 사람들이야 말로 피드백을 백번 잘 이용하는 사람이다. 굳이 메타인지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이해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디벨롭되는 과정을 보면
청국장과 발 냄새의 아주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된다.

디테일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똥인지 된장인지, 청국장인지 발 냄새 이은 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 미묘한 차이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무엇이 구린지, 무엇이 보기 좋은지를 아주 아주 미묘하고 디테일하게 발전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면 로켓처럼 성장할 수 있다. 구린 것과 좋은 것을 대충 구분이 지어진다면 그다음은 무엇이 좋은지와 무엇이 진짜로 좋은지의 디테일도 알 수 있게 된다. 단, 한계를 넘는 디벨롭되는 과정을 본 거나 겪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 정도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디벨롭시키는 과정을 알면 성장하는 거 그걸 누가 몰라?라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한층 더 나아가 보자. 


이런 식으로 템플릿을 만들었다.


Deverlop이 많을수록 더 좋은 자료가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디벨롭되는 과정을 보기 쉽게 정리하는 행위

디벨롭되는 과정 알면 좋지! 하지만 막상 정리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있더라도 before > after만 있을 뿐이었다. 또는 정돈되지 않은 체 피드백받은 타이포가 여기저기 흐트러진 경우가 많았다. 이런 건 다시 보기 어렵고 다시 보지도 않는다. before > after만 있으면 아주 미묘한 디테일을 잡아가는 과정을 절대 알 수 없다. 결국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건 아주 미묘한 디테일이다. 구린 것(before)과 좋은 것(after)으로 성장하는 시행착오보다 결국엔 단순히 좋은 것(after. 최종)과 사랑받는 것(after. 진짜 최종 최종 최종)의 애매한 경계를 넘을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한다. 작은 디테일이 디자인의 퀄리티를 가르는 경우가 대다수 이기 때문이다. 아주 중요하다. 이 과정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고수의 제도권에 쉽게 들어설 것이라 본다. 당신의 디폴트 값은 구린 것이 아닌 좋은 것에서 출발할 수 도있다. 




결국 고수로 가야 한다.







끝-

당신만의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디자인뿐만 아니라 당신이나 타인의 고민의 흔적인 연구자료를 잘 정리해보길 바란다. 단기간에 초보자에서 숙련자로 껑충 뛰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논문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로지 경험으로 얻는 최상급 재료이며 최상급 공략집이다. 나중에 모아뒀다가 팔아도 큰 값어치를 받을 수 있는 요소라고 본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만약 당신이 팀장이라면 조직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교육자료로 모아둔다면 쏠쏠할 것이다. 나는 재미 삼아 디자인의 Before부터 after까지 디벨롭되는 과정을 퀴즈 형식으로 만들어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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