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운동하고 출근한다며? 대단하네~ 조만간 일 힘들어서 못할 테니까, 지금 실컷 해둬!
매번 아이스커피 마시네? 어휴~ 찬 거 몸에 안 좋아, 조심해야지! 근데 속에 화가 많은 사람이 찬 거 좋아한다더라?
칭찬과 걱정을 핑계로, 비꼬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돌려까기
글로만 읽었을 뿐인데, 거북한 마음이 들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돌려까기가 상대를 우아하게 이기는 말인 줄 아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 말이 거북하다는 내게 자신은 돌려까기의 고수라며, 남을 칭찬하는 척 돌려까는 방법을 알려준 회사 사람도 있었다.
그들과 거리를 두려 노력하지만, 참 희한하게도 주변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하루 반나절을 회사에 있어야 하는 직장인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다.
돌려까는 말을 들을 때면, 속으로 앞뒤를 재지 않은 돌직구가 떠오른다.
"대리님이 일 많이 미뤄서, 지금도 엄청 힘들어요! 근데 대리님은 일도 안 하면서, 운동은 왜 안 하세요?"
"아 그래요? 그럼 과장님은 속이 좁아서 커피 조금만 드셔야겠네요!"
문제는 이 말들이 그 당시가 아닌, 잠들기 전 침대에서 떠오른다는 것이 첫 번째고, 지나치게 직설적인 말이라 남들이 보기엔 되려 내가 잘못한 듯 보인다는 것이 두 번째다.
'돌려까기에는 돌직구로 대처하세요?'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다만,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다. 원래 돌직구를 자주 날리는 성격의 사람이거나, 같은 돌직구라도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은 가능하다.
다만, 그런 재능이 누구에게나 있지는 않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말을 준비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웠기에 그런 재능이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돌려까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만도 없으니, 내게 맞는 방법, 생존 스피치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돌직구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돌려까기에 지지 않는 법'
자칭 돌려까기 달인들은 상대를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 재주가 있다.
"어머, 난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닌데, 똑띠씨 너무 예민한 거 아냐?ㅎㅎ 기분 풀어, 오해야!"
아무리 말을 준비한다 한들, 이 마법의 문장 하나로 나를 되려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돌려까는 사람과 똑같은 수준이 되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휘말리지 않게 되받아 칠 말이 있을까?
신입사원 때, 퇴근 후 침대 위에서까지 골머리를 앓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며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웃어넘기지 말고, 한마디 하기'
"새벽에 운동하고 출근한다며? 대단하네~ 조만간 일 힘들어서 못할 테니까 지금 실컷 해둬!"
라는 말의 속 뜻은'너 지금 일 편한가 보다? 더 힘들게 해 줘야겠네' 라거나, '자기 계발하는 게 뭐 대단한 거라고 유세야?'라는 식의 아름답지 못한 마음이다.
이때, 웃어넘기면 되려 상대의 잘못된 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아.. 그런가요?ㅎㅎ"라는 식으로 어영부영 상황을 넘기거나. 주제를 바꿔버리면 그들은 "그래, 똑띠씨가 아직 신입사원이라 몰라서 그래!"라며 의기양양해진다.
웃어넘기지 말고, 이 한마디로 돌려까기 달인의 말문을 막히게 하자.
"아,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이 한 마디에는 많은 말이 생략되어있는데, 원문은 이렇다. '당신은 그렇게 비꼬아서 생각하는군요? 뭐, 당신의 그릇이 그 정도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더 이상 말 섞고 싶지 않은데, 말 좀 그만 하시겠어요?'
그나마 깨어있는 사람은 이 한마디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자신의 말이 떳떳하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상대가 '너는 그럴 수 있겠다.'라는 식으로 인정해버리다니! 떳떳하지 못한 말처럼 자신 또한 같은 것은 아닐까 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한마디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진짜 자신을 인정하는 줄 착각 하는 사람이다.
'말문을 막히게 하기'
아무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도 소용없는 사람들은 아예 말문을 막아버리면 된다. 또, 더 이상 내 주변에 머물지 못하도록 거리를 둬야 하는데, 말문을 막아버릴 한마디는 다음과 같다.
"조언 감사해요."
돌려까기 달인들은 늘 상대를 걱정하는 마음이 태산 같지만, 이는 상대를 진정으로 위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매번 아이스커피 마시네? 어휴 찬 거 몸에 안 좋아, 조심해야지! 근데 속에 화가 많은 사람이 찬 거 좋아한다더라?"라는 식의 말은 걱정하는 척, '너 뒤에서 혹시 내 욕하니?' 혹은 '너 지금 짜증 난다고 감히 나한테 시위하는 거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 테다.
속이 텅 빈 걱정을 건넸는데, 상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떨까? 아니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말하기도 뭐하다. 그들의 선택지는 대화를 끝내는 것뿐이다.
전 직장 상사가 걱정하는 척, 공을 가로채려는 타 부서 팀장에게 이 말을 건네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다.
지금은 아주 친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됐는데, 이는 생존 스피치를 하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 덕분이다. 언니만의 특별함과 단단한 자존감이 표현된 생존 스피치가 나를 매료시켰다.
'나만의 생존 스피치는 오직 나만 할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말이 가지는 힘이 다르다. 바로 이 힘의 차이가 생존 스피치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눈다.
말을 할 때, 음성언어와 함께 표정과 행동 같은 동작 언어를 사용한다. 음성언어와 동작 언어 모두 내가 가진 특별함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때, 비로소 큰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나만의 생존 스피치는 남들은 할 수 없는, 오로지 나만 가능한 것이다.
생존 스피치를 하는 사람은 정말 매력적이다. 같은 말일지언정, 자신 인생의 특별함을 담은 강한 말의 힘을 갖고있기에, 단단한 자존감을 얻는다.
생존 스피치는 단순히 말하는 스킬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말의 힘을 키워 나만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말하기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