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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봄여기 Nov 30. 2021

당신의 이름은 ‘김군’

5.18 광주 민주 항쟁에 대한 역사 왜곡과 전두환의 죽음

이 영화를 보면서 용서라는 말의 무게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떤 사건은 ‘용서’라는 말 자체가 너무 가볍고 기만적이어서 용서를 구했나, 안구했나의 문제로만 따질 수 없는 것 같다. 언론은 계속 ‘사죄하지 않고 죽은…’ ‘용서를 구하지 않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전두환의 죽음을 보도하는데 저런 수식어 조차도 5.18 민주항쟁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는 기만적이라는 의미다. 그러지도 않았지만 용서를 구한다 한들, 사죄를 구한다 한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그들을 어떻게 용서하겠는가. 용서는 용서하려는 주체가 있어야 가능한 행위다. 용서도 용서하려는 자와 용서를 구하는 자가 있어야 가능한 범위라는 말이다. 용서해야 하는 자들이 이름도 시신도 없이 40년째 실종상태거나 살해당했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자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 사죄하지 않는 것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전씨를 추종하는 극우 단체는 광주학살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북한이 보낸 폭도들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워 온갖 집회와 미디어에서 그들을 모욕하고 역사를 왜곡해 여기저기 퍼트린다. 용서의 주체와 상대도 없고 용서의 대상도 없으니 5.18 민주항쟁은 전씨의 사죄와 용서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 실현의 목적 아래 전씨 일가에 대한 처벌과 진상규명만이 남았을 뿐이다.


강상우 감독의 <김군>은 극우보수단체들이 5.18 광주 항쟁의 희생자들을 어떻게 모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지 사진 속 한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극우 보수 논객 지만원은 광주 민주항쟁을 이끌었던 시민군들의 사진을 북한군 사령관들과 대조하면서 사진 속에 찍힌 시민군들이 사실은 북한에서 보낸 잠입군 600명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극우단체 집회 때마다 영상과 전단지로 전파되고, 아직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유족들을 모욕하고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생존자들을 기만한다.

영화 스틸컷

지만원이 북한군의 지령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지목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민군 상황실장이거나 신부,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생존자들로써 그들은 이런 주장에 기막혀하면서도 비통해한다.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아도 되지만 제발 왜곡은 하지 말아달라고 한 생존자는 호소한다. 유튜브와 카톡찌라시를 통해 왜곡된 사실이 역사적 진실로 둔갑해 여기저기 퍼져나가는 동안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역사를 관통해 살아온 사람이라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을 믿는 일 따윈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종종 택시 안에서, 사무실에서, 때론 소개팅에서 광주항쟁의 시민군은 ‘폭도’라고 말하는 평범한 얼굴들을 만나곤 했다.

영화 ‘김군’ 찾기의 여정은 인간적 예의와 도의를 상실하고 악의 역사를 뻔뻔한 상상력으로 탈바꿈 하려는 세력에서부터 출발한다. 김군은 여러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현실로 불려온다. 그는 아마도 고아였을 것이고, 넝마주이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애국한다는 마음으로 시민군에 들어와 앞장섰던 것 같다. 88년 광주학살에 대한 청문회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최진수씨의 진술로 계엄군의 M16 총에 사망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극우 보수 단체의 집회 당시 지만원의 의견을 뒷받침하며 그의 주장을 지지했던 특전사령관 정호용의 이름도 함께 등장한다. 모두 죽여, 라고 말하는 정호용을 저지하는 어떤 군인이 없었다면 송암동 학살 당시를 증언하던 최진수씨가 다른 생존자들에게 다시 만나 “살아있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주고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 스틸컷 ‘김군’

11월 23일 전두환이 90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언론은 5.18 광주항쟁에 대한 사죄없이 사망한 전두환의 일생에 대해서 보도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뒤늦게 전씨의 아내 이순자가 광주학살 희생자들에게 사죄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내보냈다. 전씨 일가에서 처음으로 나온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인정이었지만 정말 사죄하고 책임을 인정해야 할 사람은 그의 아내가 아니라 전두환이었다. 광주학살은 사죄를 구하고 용서를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법적 처벌을 통해 전씨 일가의 재산을 모조리 환수하고, 유족 희생자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정의의 문제다. 30년 전 재판부에서 광주학살의 최종 책임이 전두환에게 있었음을 확정했고, 법은 그가 불법으로 축적한 비자금과 재산을 환수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언론은 전씨 일가의 사죄에 촛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불법으로 축적한 비자금과 미납추징금 956억원을 환수해야 하는 당위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언론은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 루머를 양상하는 단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전씨의 둘째 아들이 신학을 전공해 보수성향을 지향하는 성남의 대형 교회에 전도사로 재직중이라는 사실을 얼마전에 알았다. 하나님이 그를 용서했고, 신 앞에 모든 용서를 구했다는 그에 관한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평생 특별한 직업도 없이 아버지가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으로 사업하다 탕진하고 세금 체납금이 70억원이 넘는데 돈이 없다며 아직도 내지 않고 있는 그는 별안간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죄사함을 받았다. 세금은 여전히 체납중이고, 광주학살 희생자들에겐 어떤 용서도 구한 적이 없다.  


용서 숭고함은 언제고 사악한 이중잣대가   있기에 김군, 당신은 결코 이들을 용서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뉴스타파-kbs 공동기획 ‘전두환’과 그들 재산 추적기

-뉴스타파-PD수첩<각하의 빚 970억원, 전두환 일가 세습의 비밀>

-뉴스타파<전두환과 잔당들…그들은 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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