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 30분 알람처럼 울리는 벨소리

by 글쓰는장의사

거의 매일 이 시간이 되면 아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빠! 나 오늘도 영어학원에서 다 맞았다~"

"이야~ 대단한걸?"

영어학원을 마치면 어김없이 전화가 와서 자랑을 한다.

물론 내 딸이 정말 매일 백점을 받지는 않는다.

다 맞은 날만 전화가 오는데 그 빈도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다. 학원에서 적응도 잘하지 못하고 집에 와서도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습이었다.

나는 결코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건 오로지 내 생각뿐이었다.

내 여자 친구도 우리 딸의 할머니도 공부에 있어서 욕심이 많았다.

매일 밤 아이는 엄마와 할머니의 공부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나의 교육방식과 맡지 않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켜만 보았다.

그러다 어느 날 여자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꾸 내가 공부를 시키니깐 아이와 오히려 거리가 생기는 거 같아요"

"나도 아이랑 잘 지내고 싶은데 점점 멀어지는 거 같아서 속상해, 그러니 이제 나는 아이와 재밌는 것만 할 테니 아이 공부는 오빠가 좀 맡아서 해줘요"

"그래 알겠어 더 이상 공부에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그때부터 나의 교육방침이 투입되었다.

아주 힘든 과정이었다.

나의 방식은 무관심이었다.

공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 숙제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관섭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열심히 놀았다.

나도 부모이기에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루에 딱 5초만 이야기했다.

"오늘 숙제는 다하셨나?"

"아니!"

"그럼 나중에 해"

"응!"

그러고 확인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스스로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 집에서 숙제하고 공부를 하고 그것을 끝마치면 그제야 집으로 온다. 와서 저녁을 먹자고 전화를 해도 마저 다 마치고 가겠다고 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아야기 바뀌었다. 이제는 아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아이도 누군가 강제하지 않고 부모인 우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아이에게 그저 응원만 할 뿐이다.

"아주 잘하고 있어"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 나쁜 게 아니야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 배우면 되는 거야"

"물어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칭찬받을만한 일이야"


우리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강압적인 공부를 해왔다. 시켜서 억지로 하고 하지 않으면 혼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했다. 그러니 언제나 공부라는 것은 하기 싫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무시하지도 못할 부분이다. 분명 열심히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하는 마음만으로 아이가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나의 교육방침은 딱 한 가지다.

"스스로 필요함을 느끼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하고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만약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럼 나의 대답은

"어쩔 수 없지 뭐"


우리는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서 운전자가 아니다. 그저 엔진일 뿐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그 아이의 인생에 대한 운전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부모는 그저 뒤에서 밀어주고 지지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옳은 길이 아니라고 한번 이야기해서 알아듣는 아이도 있겠지만 백번 이야기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본인이 직접 느껴야 알게 되는 아이들이 있다. 내가 후자였다. 이런 아이에게 강압적인 교육방식을 적용한다면 오히려 삐뚤어질지도 모른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다. 나는 내 딸이 열심히 공부 한 시간을 하기보다 나와 진솔한 대화 10분을 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처음 태어났을 때 아직 아기였을 때 했던 바람이, 그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건강하게 착하게만 자라다오"


"공부 좀 못해도 괜찮아. 착하고 밝게 자라면 되는 거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볼 수 있게 아빠가 도와줄게"


나는 생각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이 기간 안에 내 딸이 스스로의 진로를 결정한다면 그것만큼 성공한 교육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해보고 싶은 것, 배워보고 싶은 것을 경험하게 해 줌으로써 부모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원하면 공부를 운동을 원하면 운동을 음악이나 미술을 원하면 미술을 시켜보는 것이다. 그런 경험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무엇가를 찾았다면 그 보다 더 훌륭한 부모가 어디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부모도 처음인데 혼자가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