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없는 선택

- 이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할 자신이 없다.

by 글쓰는장의사

책임감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정말 무책임한 선택이었다.


첫 번째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들 말하는 속도위반.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책임했다. 초보운전 주제에 속도위반이라니!

아무튼 당시 내 나이 26살. 내 인생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을 더 책임지겠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나 스스로가 무책임한 선택을 했다고 하는 이유는 아무런 준비도 없어서 혹은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마음가짐의 문제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저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기혼자들이 이야기를 한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많이 다툰다. 맞는 말이다.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내편이 되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불필요한 믿음이 생겨버렸다.

역시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우리 가족'보다 '자기 가족'이 우선이었다.

나와 함께 만든 가정보다는 딸이라는 직책의 부모님의 가정이 우선이었다.

그로 인해 많은 다툼이 있었고, 서로 맞지 않는 가치관에 결국 대화 없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문제는 나에게도 많이 있었다. 시작부터 깨져버린 신뢰를 핑계로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았고, 그저 방치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고 매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날의 통화를 잊지 못한다.

"네가 공부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냐?"

"....."

그 사람의 어머니 당시 나의 장모님의 전화기 너머로 날아오는 비수는 그대로 가슴에 꽂혔다. 그보다 더 날카로운 칼날은 잠시 뒤 어김없이 나에게 날아왔다.

"내가 생각해보니깐 우리 엄마 말이 맞는 거 같아"

"....."

용기를 줄거라 기대했다.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근거 없는 힘을 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용기도, 응원도 아닌 '넌 열심히 해도 안돼!'라는 말이었다.

그날 그나마 남아있던 기대마저 무너져 버렸다.


사람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다를 수 있다. 서로의 차이는 인정을 한다. 하지만 부부라면 그 기준이 달라서는 안된다.

나의 울타리에는 부모, 형제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울타리는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해서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가정이라는 울타리. 이것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내가 지켜야 하는 울타리는 나의 아내와 나의 자식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달랐다.


'결혼을 하면 효자, 효녀가 되려고 한다.'

한 번쯤은 다들 들었거나 읽었을 문장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와는 참 맞지 않는 문장이다. 아니 솔직히 화가 난다. 그러고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울타리를 만드려고 하다 보니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이미 잘 만들어지고 오랜 시간 동안 다져진 부모님의 울타리가 참 편안해 보인다. 그냥 편하게 있어야겠다.'

다들 이런 마음인가 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에게 문제가 많이 있었다.

나 역시 내 울타리를 지키려고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그때 나는 어리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나의 과오가 덮어지지는 않는다. 당시에 나는 '너도 지킬 마음이 없는데 내가 왜?' 이런 못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혼자서는 절대 만들지 못한다. 어렵게 만든다 하더라도 결코 튼튼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나의 가치관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부부라면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개념이 같아야만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