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Jun 04. 2016

핀란드 성적표 구경하실래요?

경쟁없는 평등교육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의 학교에서도 방학에 앞서 성적표를 나누어 줍니다. 다만 성적표를 나누어 주는 풍경이 조금 색다르네요.


각 학급마다 담임선생님이 준비한 방학식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합니다. 지난 1년간 아이들이 지내온 모습을 영상으로 공유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브리핑하기도 하며 한 학년을 무사히 마치고 새 학년으로 올라가게 된 것을 모두가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는 교사의 재량권이 강력하게 부여되는 만큼 교사의 자질도 엄격하게 요구되어 집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마다 학급을 운영하는 방식과 중점을 두고 개발하는 역량도 조금씩 다른 모습입니다. 프로젝트 수업과 공동참여를 중점으로 일년간 이끌어 온 담임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한 학년 올라갑니다. 일년만으로는 아이들을 이끌고자 했던 성과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이년에 한 번 담임 선생님이 바뀐다네요. 다른 학교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홀수 학년의 담임선생님이 다음 일년도 함께 합니다. 다음 홀수 학년이 되면 담임 선생님이 바뀝니다.


성적표의 구성도 담임 선생님마다 다르고 각 과목 선생님별로 성적표를 따로 준비해서 주시기도 합니다.

배운 과목은 여러 과목인데 영어와 핀란드어 그리고 수학에 대해서만 평가한 작은 아이의 성적표 항목입니다. 항목도 단촐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얼마나 그 과목을 잘했는가 보다 해당 항목을 할 수 있는지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얼마나 잘했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수행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둡니다. 다만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최소한의 역량은 모두가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 그 역량만 갖추었으면 얼마나 더 잘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들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늘 열성적이신 핀란드어선생님께서는 별도로 성적표를 준비하셨는데 단원별로 무엇을 배웠는지, 예를 들면, 숫자 1-10, 11-100, 날씨표현 등 세세한 항목을 성적표에 담고 있습니다. 그 단원을 공부할 때 아이가 열심히 잘 배우고 좋은 성과를 보였다면 옆에 날짜를 적어 이른바 칭찬스티커같은 표시를 해 두셨습니다.

큰 아이의 성적표입니다. 성적표가 참 단순하지요? 일년간의 학습태도와 행동양상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보여줍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아주 잘함/ 잘함/ 보통/ 노력을 요함 등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잘했는지 아닌지의 관점이 아니라 보여주었으면 하는 태도를 얼마나 자주 보여주었는지에 관심을 두고 평가를 하네요. almost always / frequently / sometimes / need to improvement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적표는 어떻게 나누어 줄까요?

작은 아이의 담임 선생님의 경우 작은 선물을 준비하셔서 한 명, 한 명 이름을 호명하고 아이들은 앞에 나가 선생님과 학부형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적표와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이 하나 하나, 손을 잡고 안아주시며 일년 동안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내년에도 잘 해보자고 인사하셨고 이 광경을 참석한 부모님들이 박수로 응원합니다.


큰 아이의 반에서는 선생님께서 퀴즈형식으로 아이를 한 명, 한 명 부르셨어요.


이 아이의 스케치북을 얻었다면 훗날을 위해 간직하는 것이 좋을거야~


선생님이 말씀하시자 아이들이 입을 모아 그림에 재능이 뛰어난 Sara의 이름을 외칩니다.


놀랍게도 나는 이런 아이를 본 적이 없어. 얘는 나보다 수학을 잘해~~


큰 아이의 이름을 다함께 외치고 자리에 모인 학부모님들 역시 짐작했다는 듯 박수를 치며 아이를 바라봅니다.


얘한테 까불면 안될거야, 아무리 도망쳐도 이 아이에게서 벗어날 수 없지! 달리기를 잘하는 Venla도 웃으며 성적표를 받아옵니다. 역시나 박수속에서요. 달리는 시늉을 하며 자리로 돌아오니 박수는 더 커지고 웃음소리 역시 교실에 가득합니다.


잘함이 몇개고 아주 잘함이 몇 개인지, 누가 일등인지와 관계없이 저마다의 재능과 장점을 칭찬하고 한 해 동안 공부한 것을 점검하고 평가한다기 보다 한 해 동안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과정을 수행한 아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작은 행사와도 같았습니다. 학부모들은 담임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멋진 여름방학을 서로 기원해 줍니다. 선생님들의 책상에는 감사의 의미를 담은 선물과 꽃다발들이 가득하네요. 저도 한국의 전통 부채를 포장해 선물로 준비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준비해 오길 잘한 것 같습니디.


핀란드가 교육천국이라 불리우는 데는 이런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아이들! 방학을 맞이해 신난 아이들이 열을 지어 노래하며 행진합니다.


얘들아 방학 즐겁게 보내라!







매거진의 이전글 핀란드에 대한 오해와 내가 겪은 현실#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