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다리
사람을 만나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걸음의 속도와 고비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관계의 온도와 끝에 대한 소망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호감으로 시작된 관계, 호감이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는도파민이 다하는 시점, 흔히들 백일즈음이라 하는 그 시점에 우리는 첫번째 다리를 마주하게 된다.
이 다리를 어떻게 건널 것인가에 대한 두 사람의 방식과 속도에 따라 다리를 건너 조금 더 따사롭고 단단한 지대에 도달할 수도, 흔들리는 다리를 감당하지 못하고되돌아가거나 추락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에는 한 마음으로 그 다리에 발을 내딛지 못하기조차 한다.
최근에 나는 하나의 다리를 온전히 건너와 다음 다리를향해가는 긴 여정에 돌입한 것 같다.
뭐지? 그토록 공을 들여 아침밤낮으로 미소와 행복을 전하던 이가 일상과 업무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그 당연함을 식어버린 마음으로 느끼게 될 즈음, 기다림과 불안감이 찾아오긴 했다. 기다리면서도 기다리지 않은 듯, 나도 네가 아닌 내 일상에 바쁘다는 듯이 부러 안부를 묻지 않고 건내오는 안부가 반가우면서도 관심없는 척 한참을 못본체했다.
기류는 한 사람에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함께 하는 둘에게 전해진다. 문득, 나처럼 상대도 기다리면서도 조심스럽고 이 관계의 다리를 함께 잘 건너갈 수 있을지, 다리가 흔들릴 때 먼저 손을 놓아버리지 않고 함께 버틸 준비가 둘 모두에게 되어 있을지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 확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와 감정, 사랑은 모두 같은 말 같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말이라던 글귀가 생각났다.곰곰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내 감정에 집중하고 그것이 흔히 말하는 사랑이든 아니든 그 감정의 온기를 건내주는 것, 내가 택한 방식이다. 나를 사랑하는가? 사랑이 식은 것인가? 부질없는 불안감들이다. 내 감정이 상대에게 닿기를 원하는가, 그로 인해 상대가 내 감정을 느끼고 관계를 신뢰할 수 있는가, 그렇게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조심스럽지만 온전히게 내게 전해올 것인가
이거면 되었다.
지내다 보면 서운한 일도 생기고 싸우기도 하고 현타도올거야, 어떻게 마냥 좋은 날만 있겠어.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 관계가 괜찮은건지 확인하고 정의하려 하면 그건 지나친 소모야, 아! 지금은 좀 그렇구나… 하고 잠시 그냥 두면 조금 뒤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되어 있을 거고 그렇게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거 아닐까?
묵직한 메세지였다. 덕분에 소모가 아닌 단단해지는 묵직한 나만의 속도와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매년 지나던 길인데 이제서야 이런 꽃이 피어 있었구나눈에 들어오네,
앙상한 가지에 새로 솟은 순, 올해 처음 만나는 꽃이라고, 전에 말했던 벚꽃길 풍경이라며 혹은함께 걸었던 그 길에 나팔꽃이 이렇게 피었노라고 전해주던 순간들의 소중함이 내가 지나는 길에 피어 있던 이름모를 꽃들에게, 그 길의 불빛과 공기를 돌아보게 만들어 줄 만큼 일상에 깊숙하게 들어온 마당에 아침인사가 늦네, 답이 늦네, 종일토록 연락이 없네 재고 따질 일이 아니라는 것, 그 큰 깨우침이 먼저 인사를 건낼 수 있게 해준다.
이름모를 저 꽃을 보며 건낸 인사에 조용한 화답이 전해진다.
나도 어제 밤수국을 찍었더랬지~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