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몸속 저 깊은 곳까지 괴로워질 때 울기 시작하면
목청이 터져라 울게 되는 바람에 온몸에 힘을 줘서 갑자기
소리가 목구멍에 갇혀 오갈 데 없어지는 타이밍이 온다.
토해내야 하는데 토해낼 수가 없으니 가슴에서
커다란 폭죽이 터질 듯 뜨겁고 급박하지만도 잔뜩 부푸는 그런 타이밍.
오늘은 하늘이 그러고 운다.
꺽 꺽 소리도 못 내고 잠깐 악만 쓰다가 허리를 접고
숨을 죽이고 또 악만 쓰다가 숨을 죽이고 빗물만 떨궈댄다.
땅이 울릴 것처럼 울어대는 저 소리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워 괜히 나 혼자
"운다" 해본다.
울고 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저리 요란한가 싶어
얼른 나가 창문을 내다봤는데 번쩍이지도 않고 또 잠잠하니
저 혼자 삭힌다고 숨죽이고 있나 보다.
오늘은 하늘이 많이 참고 많이 숨죽이는 날인가 보다.
얼마나 분한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여운이 긴지
문득문득 오려다가 집어삼켜지는 울음소리가 내 방 창가에도 닿아 나도 자꾸 괴롭다.
내뱉을 것이면 내뱉을 것이지
도로 삼키면 병 되는 걸 모를리는 없을 텐데 뭘 저렇게 후다다닥 감춰 끌어가는지
나처럼 "운다"하고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 그런지
맘 놓고 편하게 울지도 못하는 것 같아
조용히 내방으로 들어와 커튼 치고 앉았다.
하늘이 울고 나면 세상에 좋은 냄새가 많이 난다.
울기 시작할 때부터 나서는 울음 그치고 해 오고 나서도 난다.
하늘이 우는 냄새는 우리 엄마 냄새보다도 가끔은 더 좋다.
울때 울고 밝을 때 밝더라도 이왕 우는 김에
시원하게 꺽꺽 소리 내서 울었으면 한다.
시커멓게 까맣기도 하다.
얼마나 타들어갔는지 아주 시커멓다.
많이 많이 울고 조금 이따가 커튼 치고 한번 나가볼 테니
그때 다시 인사하자.
왜 그런지 말해주기 싫다고 한다면
그냥 조용히 쳐다보면서 옆에만 앉았을게.
그나저나 너는 울 때 냄새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