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연간 서한
잘 지내시나요?
계묘년의 막바지에서, 올해를 돌아봅니다. 이제 곧 다가올 갑진년은 성공의 싹이 성장하는 해로 여겨지는 만큼 실로 저희 모두에게 그러한 성장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올해는 내외적으로 불확실했던 상황들이 하나하나 리스크로 변한 것 같습니다. 운이 좋게도 주변의 훌륭한 여러분 덕분에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예측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면서 살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대한민국 공군의 현역 군인으로서 1년을 차곡히 쌓아 올렸습니다. 정말 오로지 군인으로 1년이었네요. 공군이라 타군에 비해 훈련이 적은 것도 사실이고, 개인 시간이 많은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개인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보다 일에 관한 얘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을 대한 태도가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을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비록 많은 이들이 군 생활에서 일의 중요성을 경시할 수 있지만, 저는 이와 반대로 생각합니다. 군대에서조차 일을 소홀히 한다면,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일을 마주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최선을 다해 뭐든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로 일에 임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성과는 따라왔습니다.
저는 간부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이른바 '장교식당'에서 인사 업무와 주방 업무를 봅니다. 주방 업무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전후 과정을 뜻하는데요. 여기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사 업무입니다. 팀 리드 역할을 수행하는 것. 이는 제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10명 내외의 소규모 팀을 이끈 것인데요. 군대 내의, 특히 병사로만 꾸려진 팀은 회사의 어느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람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중요하고, 상명하복이 철저한 이 조직에서 왕고-계급이 가장 높은 사람, 짬이 가장 높은 사람-의 역할이 부서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타군, 타부대는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빠르게 식당의 다양한 업무를 습득한 '올라운더'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부 단에서 제게 하달되는 일이 당연히 많았습니다. 육체노동은 덜었지만 책임이 막중해졌습니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양은 아니었지만 이 '일'을 저 혼자'만' 제대로 하는 건 문제였습니다.
잠시 학창 시절 때를 떠올려볼까요? 저는 언제나 중간에 합류하더라도 빠르게 일을 파악하고 이를 잘 해냈지만,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조직에서 나간 이후 얼마 안 가 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였어요. 학창 시절 동아리는 특히 그 경향이 심했습니다. 저는 이게 정말 아쉬웠어요. 괜히 제 탓을 했습니다. 인수인계를 제대로 했다면, 누군가 없더라도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달랐을까. 하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적절한 인계자를 찾지 못했고, 적절한 인계자를 교육할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미 갖춰졌지만 뭔가 불안정한 체계를 구체화하고 문서화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후임들에게 알려주는 것. 일을 적절히 나누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해서 일을 주도하는,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 것이 당연한, 그런 조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스케줄을 시스템으로 설정하고 이를 후임들이 체화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칭찬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혼을 낼 때는 조금은 힘을 뺄 수 있도록 스스로를 타이릅니다. 이러한 팀 관리와 리더십 개발은 제 군 생활에서 얻은 가장 귀중한 경험자산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시기 운이 잘 작용했습니다. 선임들이 일찍 전역을 하게 되면서 제가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친구가 있으면 꾸준히 관심을 두고 가르치고 식당 문화에 적응하도록 도왔습니다. 따로 개인 면담을 갖기도 하고 간부들과 이 친구는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면서 솔직하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간부님들이 없었으면 또 해내지 못했을 것들이기도 하고, 후임들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면 그 또한 해내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에 와서는 정말 잘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저는 후임들에게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며 식당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는 직업군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필수적인 의무복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내년에 전역합니다. 그래서 제게 군대는 소비기한이 정해져 있는 공간입니다.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제가 몸담은 이 조직에서 떠날 날이 정해져 있음을 뜻하고 더 나아가 사람 간의 만남과 이별이 즐비한 곳이라고 고려됩니다.
저는 참 정이 많습니다. 지금도 정의 대소로 언쟁을 벌인다면 자신 있게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분했던 탓일까요. 정이 많은 것은 제게 득보다 실을 가져왔고, '실'의 순간이 더 많아지기 전에 스스로를 지켜낼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이 정을 주지 않는 것이었어요. 정을 주지 않으면 상처도 없었습니다. 인생의 지나가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군대에서도 자연스레 정을 주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업무 이외의 대화를 삼가고 동기들과의 대화에서도 항상 한 발짝 떨어져 지냈습니다.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물론 이러한 저의 성격에 반대로 상처를 입는 분도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와 교류하는 모든 분께 항상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합니다. 영혼 없는 대화는 하지 않았습니다. 전 언제나 열려 있으니 친구 신청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신청이라니,, 참으로 저도 못됐네요.
정을 주지 않으니 먼저 전역하는 사람에게도 큰 감정이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알게 모르게 의지했던 저와 비슷한 성격의 형과 얼마 전 전역한 맞선임의 부재는 조금 쓰라립니다. 혹여나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훌륭한 개발자를 꿈꿉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개발자란 무엇입니까?
군대에서의 1년과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단절로 개발자로서의 자존감이 다소 떨어졌음을 인정합니다. 적어도 실력 면에선 확실히. 다만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개발자들이 많이 있고, 이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자존감은 자연스레 올라갈 것입니다.
올해는 공부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에버노트 문서로 만들어주는 챗봇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 개인적인 필요에 맞춰 제작되었기 때문에 사용하면서 느끼는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개발 역량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드를 작성할 때의 몰입과 코드가 생각대로 작동할 때 그 쾌감은 개발자로 심취해 있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달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를 찾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데드라인은 내년 5월.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인 만큼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서한에서 개발자로서 새로운 경험과 성장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0년 정도 멀리 내다봅니다. 스무 살에 그렸던 나의 삶이 이제 곧 중반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스물셋. 그리고 내년 5월 군대와의 결별입니다. 다시 원점입니다.
서른에는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대신 그전에 개발자로서 할 수 있는 것, 프론트엔드 개발팀의 리드로서 다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공표하면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 또한 저의 소망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장려되는 환경과 팀(=회사)이 있는 곳을 찾고, 한 팀에 오래 머물 생각입니다.
그리고 서른이 되기 전까지 많은 돈을 만들려고 합니다. 꽤 많은 돈을 만드는 데에는 투자를 활용하려고 하고, 이 투자에 관한 공부를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한 공부가 뭐냐고 묻는다면 투자 공부입니다. 이 부분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만, 제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본업을 열심히 안 하냐고 묻는다면 전혀요. 전 누구보다 본업을 열심히 잘함을 자부합니다.
지금 투자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 실험 단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굴리는 돈의 크기도 크지 않습니다. 다만 올해 마지막 달, 드디어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쁩니다. 원칙을 갖기 시작했고 조급한 마음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그렇게 만들고 지켜낸 돈으로 하나의 체계화된 코어 사업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사업이라고 꼭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누구의 삶이 아닌 온전히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해외 어딘가에 다이빙샵을 오픈하고 반기마다 푸드트럭으로 전국을 여행하면서 취약계층에 음식을 나눠주는 자선 활동을 합니다. 후원을 받고 후원금의 전액은 오로지 푸드트럭의 운영에 쓰입니다. 이러한 과정의 전반적인 내용을 영상으로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다이빙샵은 리조트 형식으로 꾸려 샵 내에 식당, 카페, 바가 모두 자리합니다. 그게 힘들다면 주변 상권과 제휴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고객 우선 원칙을 고수하지만, 그 속에서 고집도 조금 부려봅니다. 어떤가요? 벌써 설레지 않나요? 그리고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접어두었던 전업 작가의 꿈을 다시 살포시 펼쳐봅니다.
예로 들었지만 정말 이와 같은 삶을 꿈꿉니다. 저는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꿈들에 대해 주변에서는 종종 '넌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격려해 주곤 합니다. 네, 전 정말 그런 삶을 살고자 합니다.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습니다.
삶을 경영한다고 하지요. 삶을 경영한다는 것은 일상의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저의 바운더리를 확실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고, 나를 위한 삶의 안내서 내지 참고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스템과 레버리지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제 삶을 재단합니다.
2024년에는 2023년을 잘 지내오면서 수정할 건 수정하고, 필요한 건 더 덧붙이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헤맸습니다. 시계열을 조금 길게 보면서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버렸습니다.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만 남겼습니다.
4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4시에 일어나는 것은 하루를 효율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저만의 방법입니다.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로지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특히 공부에 더 집중하고 책을 읽거나 하루를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지 생각합니다.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에 듭니다. 보통 10시. 조금 늦어지면 12시입니다. 12시를 넘기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야 충분한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최소화합니다. 이러한 제한은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하루를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합니다. 정말 필요로 하는 몇 개의 미디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삭제합니다. 컴퓨터에서는 Arc 브라우저를 활용하여 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고 확장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릴스, 쇼츠를 제거합니다. 유튜브는 검색 기록을 끄면 홈 화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 활용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받지 않도록 합니다. 구독하는 채널도 일에 참고할 수 있을 만한 것들로 최소화합니다. 이렇게 세팅하고 일과 공부량을 늘리니 하루에 한 번도 접속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SNS를 이제 정말 거의 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로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즐깁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 다큐멘터리에 눈길이 갑니다. 혼자 밥을 먹거나 빨래를 갤 때 요리 다큐멘터리를 찾아봅니다. 올해는 참으로 '셰프의 테이블'을 많이 봤습니다. 세계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셰프 개인의 철학을 항상 담기 때문입니다. 요리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습니다. 요리라는 분야에서 이야기를 끌어낼 뿐 실상은 인생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은 책입니다. 전자책을 시도해 보려고 했으나, 전 역시 종이책이 압승입니다. 통신사 제휴 요금제로 밀리의 서재를 구독 중이지만,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에서 더 큰 만족과 집중을 얻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여전히 전 종이책을 꺼내 듭니다. 전자책은 잘 읽히지 않습니다. 책은 시간을 정해두고 읽는다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 짬짬이 읽습니다. 대신 진중하게 읽습니다. 일로 생각합니다. 대신 이 일이 제겐 취미와 같아서 다행입니다.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으니까요.
건강이 최고의 자산임을 알면서도 건강을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몸무게가 인생 이래 가장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공부를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입니다. 시간은 내라고 있는 건데, 시간을 전혀 내지 않고 있습니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다시 하루 1시간이라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만' 해봅니다. (네?)
올해 9월 정도까지만 해도 하루에 30분 정도 운동을 했습니다만, 이후로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12월 들어 다시 아침에 풀업 최대 개수를 하는 것으로 하루 운동을 마칩니다. (네?)
자. 이제 운동 이야기를 제대로 해봅시다. 운동은 제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이 헬스는 항상 아니었어요. 처음 배운 운동은 수영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수영 강사셨거든요. 그리고 다이어트로 시작한 복싱과 키가 크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농구가 제가 하는 '운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전부 몸을 격렬히 움직여야 합니다. 이런 운동을 하고 자란 저에게 헬스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역시 오래가지 않더군요. 9개월.. 나름 오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전역하고 싶어요. 전역 후 다시 복싱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하루에 4~6시간 정도의 잠을 청합니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토요일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밤에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자거나 토요일 아침에 조금 더 늦게 일어나는 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식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보통 아침과 점심을 먹고 저녁 약속이 있을 때는 다음 날 아침을 굶습니다. 공복 시간을 16시간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하고, 언제나 약간 배고픈 상태로 있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두뇌 회전이 빠르고 집중이 방해되지 않습니다. 튀김류를 자제하고 탄수화물을 최소화하고 가공식품과 당류를 제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글이 되었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군대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만큼 올해보다 더 긴 서한을 작성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너무 길지는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나 덜 쓰면서 더 잘 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작년에는 저의 소중한 친구 12명에게 수필 편지를 올렸습니다. 올해는 그러지 못해 미안합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1년은 너무 길고, 분기는 짧습니다. 많이 뵙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음을 생각해 봅니다. 반기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찾아뵙겠습니다. 저와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 잠시 스쳤던 인연일지라도 당신은 제게 언제나 최고였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올해 찾고 써낸 제 마음속 최고의 문장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우리의 사랑은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또 여유롭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물 한 컵이 아니라 넓디 넓은 바다의 흐름이었으면 좋겠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윤슬을 품은.
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나이가 들어가며 얻는 혜안은 거부하기엔 값진 것입니다.
지난 날 누군가를, 어느 장소를, 그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추억하는 모두의 모습을 축복하고,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꼰대 같지만 그럼에도 한 마디 남기니 잊지 마십시오. '한 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을
- 고길동의 편지
바쁘다고 하는 사람은 그의 무능력함을 알리는 것이다. 어리석을 정도로 바쁜 일정은 자신의 중요함을 나타내난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고립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나심 탈레브
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 일터에 오는 길에는 신이 나서 한 번에 두 칸씩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올라야 한다. 유연한 근무로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함박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고 아이가 아플 때는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
-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절제, 품질, 단순함과 같은 단어에 답이 있다. 성장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잘 해온 일을 잊고 새로움을 추구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소소하며 평화로운 삶을 이루는 것
마음의 평안을 항상 유지하는 것
지금을 살고, 지금을 기억해야 미래를 재단할 수 있다는데 지금을 기억하는 것이 언제나 어렵습니다. 기록이 곧 힘이라고 믿습니다. 기록의 쓸모가 무(無)형의 것이 아닌 유(有)형의 것이길 소망합니다.
성공적인 창업가는 결국 추진력 있는 CEO(a driven CEO)이면서도,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르는 사람(people who didn’t know how little they didn’t know)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창업자 중에 20대 혹은 30대가 많은 이유는, 그들이 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they don’t know very much and therefore they don’t know they can’t do this)입니다.
나아가 회사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자질을 꼽자면 1)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아는 것(to know where you’re going.), 2) 그것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것(all of life is about convincing people to do what you want),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3) 솔선수범(the most effective way is to do what you want people to do lead by example.)입니다.
-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결단은 되도록 안 하는 편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선택지가 한정된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뜻이니까요. 선택지가 한정된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는 것. 이것이 '올바른 결단을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입니다.
- 우치다 타츠루, <거리의 현대사상>
타고나기도 하지만 많이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나. 보고 끝이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술품을 보고 그냥 ‘예쁘다, 멋지다’ 말하고 끝나는 게 아닌,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분석해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좋다고 그대로 따라 하면 모방일 뿐이다. 재해석해 내놓으려면 내 안에 경험과 아이디어가 많이 축적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많이 보고 많이 느껴야 하는 것이다.
- 유나영 신세계 VMD 담당
사업 기회는 과거의 수입과 이익만 보아서는 안되며, 단순히 현재나 미래의 수입과 이익만을 보아서도 안 된다. 종이에 적힌 숫자는 중요하지만 전체 내용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정말 주목해야 할 핵심은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사회와 소비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지 여부이다. 끊임없이 사회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인 이상 그 수입과 이익은 조만간 실현될 것이고 사회는 결국 장기적인 보상을 줄 것이다.
수년간 투자를 하다가 점차 스키와 투자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 다 항상 균형을 유지해야 하고, 눈은 발끝에 두고 먼 곳을 바라봐야 하며, 가속도가 얻어지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의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투자는 일반적으로 산업, 회사 및 경영진의 세 가지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다. 산업을 볼 때에는 비즈니스 모델, 즉 이 비즈니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돈을 버는 논리가 무엇인지, 과점이든 완전 경쟁인지 누구나 모방할 수 있는지 등 경쟁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 회사를 볼 때에는 비즈니스 모델, 운영 모델 및 프로세스 메커니즘, 관리 반경이 얼마나 큰지, 규모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핵심 경쟁력이 있는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 경영진을 볼 때에는 창업자에게 프레임(格局)과 실행력이 있는지,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사고와 능력이 있는지, 기업가 정신이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 价值:我对投资的思考 (가치 : 나의 투자에 대한 생각)/张磊/2020
사랑을 하는 건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만드는 것 같다. 서로만 아는 시그널이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이상한 타이밍에 웃어도 이 사람이 지금 왜 웃는지 알아서 같이 박장대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떨 때는 표정으로만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아마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겠지.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이나 맛없는 음식점일 수도 있겠다. 또 사랑을 하면 앵무새가 된다고, 서로의 모습을 가장 잘 아니 흉내 내며 놀리기 바쁘다. 이렇게 투닥거리는 것도 사랑이라니,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당신의 몸에 어떤 점이 있는지. 또 잘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진중할 때 눈썹을 어떻게 찡그리고, 화가 났을 때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를 테다. 그러니 한 인간의 추상적인 부분을 알 수 있는 건 하나의 축복이다. 그 축복의 자격은 열렬한 구애 끝에 얻은 사랑이니 이 얼마나 달고 멋진 보상인가.
‘도망갈 퇴로를 만든 순간부터 사랑받을 자격은 없어집니다.’
그래, 그래. 부정만큼 긍정이 있으니 좋은 것을 먼저 세어보아도 나쁘지 않겠다. 상대의 단점은 어쩌면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일 수도 있으니 그것마저 어여쁘게 여길 수 있을 때 진정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역시나 사랑은 무거운 게야.
- 신하영
깊이 있게 학습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일관되게 인내하는 것
나는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지난 수십년간의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강력한 경쟁 사회, 그리고 사회 국면상 구조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양극화, 그리고 남들과의 비교를 너무나도 용이하게 하는 SNS가 그 중심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보통 사람들은 최상위 층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너무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 올라온 사람들의 '최고의 순간' 과 자신의 평균적인 순간들을 비교하며 불행해한다.
- Seung
5/
사람들은 아이디어는 질문보다 답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 진정한 통찰력은 질문에 있다.
명확한 답이 없는 질문은 머릿속에 지니고 있기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쌓아둘수록 해결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 흥미로운 건, 답하지 못한 두 질문이 서로 같은 속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어떤 질문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다. 위대한 일은 당신이 수년 전, 심지어 어린 시절 처음 알아차리고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질문으로 되돌아가는 것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어릴 때 가진 꿈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다루지만, 어릴 때 가진 질문을 잊지 않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답이 없는 질문을 많이 지니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왜냐? 돈이 돈을 버는 것과 유사하게, 기존 질문에 답하며 새로운 질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 대답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더 많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7/
젊음의 장점을 젊었을 때 활용하고, 나이의 장점을 중년 때 사용하라. 전자의 장점은 에너지, 시간, 낙관주의, 자유이다. 후자의 장점은 지식, 효율성, 돈 그리고 힘이다. 노력을 통해 젊었을 때 후자의 일부를 얻고, 전자의 일부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고 나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젊은이들은 강점을 가지고도 그걸 자각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들이 쥔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시간이다. 젊은이들은 그들이 얼마나 시간 부자인지 전혀 모른다. 이 부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짝은 경솔하게 (frivolous) 카드를 긁는 것이다. 단지 호기심 때문에 알 필요 없는 것에 대해 배우거나, 멋지다는 이유 하나로 무언가를 구축하거나, 혹은 한 가지 분야에서 아웃라이어가 되는 것이다.
“살짝”을 잘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 젊었을 때 시간을 아낌없이 쓰되, 단순히 낭비하지는 마라. 시간 낭비라고 걱정되는 일을 하는 것과 확실히 시간 낭비인 일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적어도 하나의 베팅이며,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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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동료를 찾아라. 혼자서 진행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이 많다. 그리고 혼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도, 당신을 격려하고, 당신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게 좋다.
하지만 동료들은 일뿐 아니라 당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롤모델들과 함께 일하라. 당신도 그들을 닮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동료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뛰어난 한두 명이 애매한 수백 명보다 낫다. 사실 단순히 나은 것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역사를 보면, 위대한 일은 작은 무리 내에서 성취된다. 훌륭한 동료를 곁에 두는 것과 그렇지않은 것은 거대한 차이를 만든다는 뜻이다.
언제 충분히 좋은 동료들이 있는지 알 수 있는가? 경험상, 그에 도달하면, 바로 느낄 수 있다. 확신이 안 선다면, 아마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 대답해보자면, 당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동료가 몇몇(handful) 있다면 충분하다.
- How to Do Great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