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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훈 Jan 28. 2021

외로움에는 반대말이 없다

감정을 찾아서 (1)

지난 1월, 제주도에 다녀왔다. 코로나 시국에 제주도에 가는 게 말이 되냐고 꼬투리를 잡으실 거라면, 이 글은 보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다. 제주도에 다녀온 이유는 간단하다.


쉬고 싶어서


정말 쉬고 싶어서 제주도에 갔고, 그렇기 때문에 관광하기 위해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았으며 그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쉬고, 해안로를 걷거나,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고, 습작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 크고 작은 일이 있었고, 3박 4일간 제주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그렇게 행복했기 때문일까? 제주를 뒤로하고 집에 와서 느낀 감정은 그저 어두울 뿐이었다.


외로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무력감 스스로 힘이 없음을 알았을 때 드는 허탈하고 맥 빠진 듯한 느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위와 같이 정의한다. 제주를 다녀온 뒤의 나는 외로움을 느껴 무력해진다고 해야 될까.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혼자 있어야 일이 잘 풀리고, 일이 잘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친구들을 보고 싶고, 사람들을 보고 싶다. 내 사람들. 내가 친하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허락해주는 환경이 나에게는 꼭 필요했다.


제주가 그랬다.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다. 이들이 이 글을 본다면 의아해할 것이다. 나는 사실 낯을 가리는 편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었음에도 낯을 가릴 겨를도 없이 나에게 형, 누나가 되어 주었다. 나이 차이가 작지 않았다. 그런데도 누나가 되어 주었고, 형이 되어 주었다. (내 걱정과 달리 나이 차이는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고 고마웠다)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리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른스럽다. 내 친구들이, 내 주변 사람들이, 제주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그랬다. 외양은 20살로 보여도, 얘기를 하다 보니 나보다도 어른스러운 것 같다고. 나는 '어른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 말이 싫지만은 않다. 나는 실제로 좋은 어른이 되고 싶으니까. 아직은 그 '좋은 어른'이 어떤 어른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런 면모를 보이면 누군가는 '스무 살에는 술만 마시면서 놀아도 돼'라고 말한다. 나도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조금 더 어리고, 조금 더 세상을 모르고, 조금 더 천진난만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행복했을까.


심할 때는 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습관화되고, 항상 최악까지 바라보고 어떤 일을 행하는 나는 이번 제주 여행에서 처음으로 이를 깨보려 했다. 처음으로 아무 계획 없이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한 뒤 집을 나섰다. 그렇게 나는 행복했다. 습관에서 잠시 탈출하는 데에 성공했고, 큰 기쁨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제주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서 내가 느낀 감정은 다름 아닌 외로움과 무력감이었다.


지금의 나는 나를 많은 감정을 알아가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지금껏 느껴본 것들을 하나하나 맞추어보고 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외로움과 무력감이라는 감정을 나 스스로가 느낄 수 있었고, 이런 느낌이 나에게는 외로움이고 무력감임을 깨달았다. 물론 많은 감정에 대한 정의와 이론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내가 느끼는 것인지, 느껴본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이런 나의 상태를 지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각하게 되었다.


외로움에는 반대말이 없다고 한다. 사전적으로도. 반대말은 반대 개념이 있는데 외로움에는 반대말이 없다고 한다.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의 반대말은 따로 있다. 외로움은 해결되지 않는 걸까? 인류가 찾지 못한 걸까? 제주에 다녀온 직후의 나와 달리 지금의 나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나를 일과 친구들의 만남으로 메꾼다.


하나씩 찾아가는 감정들 속에서 진정 나를 발견하고, 나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기를 바라본다.




References.
1. 이지금. 2020. [IU TV] 지은이가 보는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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