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하는 여자와 육식하는 남자

우리의 만남이 지속될 수 있을까,

by blahblah

채식을 하면서 날이 선 의심과 인류애가 점점 소멸되어 가던 나였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좋을 리가 없었다. 마치 둥근 지구에서 세모난 모양의 조각으로 덜컥 빠져나와버린 것만 같은 나를, 그대로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이 감히 있을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만남,

일도 미래도 뜻대로 되지 않고 흔들리던 차에 외롭다고 던진 말을 기억하고 있던 친구가 덜컥 소개팅을 주선해주었다. 친구는 ‘고기를 먹지 않는,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라는 전제를 전했고, 이를 듣고 도망치거나 혹은 도망갔어야 할 그는 ‘데이트를 위한 식당은 어디로 잡을까’에만 꽂혀 있었다고 했다. 그의 반응이 신기했다. 그는 채식이 뭔지 몰랐던 걸까, 둔한 걸까 아니면 그 역시도 호기심으로 나를 만나고 싶은 건 아닌지. 만나기 전부터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첫 만남은 고급진 일식집이었다. 고기를 먹진 않지만 생선을 먹는다는 정보를 얻었던 것 같다. 코스요리가 나오는 내내 그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다. 대학교 이야기는 가족으로 넘어갔고, 좋아하는 취미를 물으며 평범한 대화를 했다. 그러면서도 꼭 한 번 꺼낼 법한 이야기를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나를 만난 사람들은 첫 만남에서 호기심으로 포장된 날 선 질문들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편안함에 오히려 내가 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하루, 이틀, 인연은 이어졌다.



우리,

그러다 어느 날, 딱 한 번 육식을 하지 않게 된 이유를 물어왔다. 항상 궁금했었지만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조심스러움이 전해졌다. 나는 공장식 축산과 펫 샵, 반려동물에 대해서 기다렸다는 듯 줄줄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질문도 없이 묵묵히 말을 들어주었고, 그 이후로 다시 물어오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가족에게서까지 들어오고 있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 먹지 않아서 몸이 약하다 등’의 이야기도 한 적이 없었다. 문득 글을 쓰면서 궁금해졌다. 그는 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신념이잖아. 강요한다고 해서 바뀔 것도 아니고, 그보다 네가 즐거울 것 같지 않아.”


맞다, 나는 신념이 다를 뿐이었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한 신념이었다. 그런데 남을 의식하다보니 스스로를 가두며 숨기에 바쁘고 가혹했다. 세상 복잡하게 사는 내가 그와 연애란 걸 하게 되었다. 우린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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