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을 아시나요?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남편이 머리가 간지럽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래?’하고 별거 아니게 넘겼다. 그런데 별거(?)였나 보다. 며칠을 머리를 쥐어 싸고 끙끙댄다. 옆에서 보고 있기 괴로울 정도였다. 결국 ‘도저히 못 참겠어!!’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피부과로 뛰어갔다. 며칠 처방받은 약을 열심히 먹더니 좀 괜찮아졌다. 그 뒤로 끙끙대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좀 평화롭나 싶었는데 얼마 뒤 데자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시어머니께서 머리를 긁적이시는 것이다. 여쭤보니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 지루성 두피염이라고 하셨다. “매년 이맘때면 머리가 간지러워서 살 수가 없어. 희한하게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가 되면 슬슬 가려움이 올라온다니까.”
피부의 가려움은 2대를 넘어 3대로 이어지나 보다. 아빠와 너무 닮아 붕어빵이라고 불리는 재군은 살성(?) 또한 아빠와 흡사하다. 남편은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을 때 귀 뒤가 빨갛게 되는데 재군도 똑같다. 어느 날은 둘이 나란히 앉아 다리를 벅벅 긁고 있는다. 남편은 본인이 슬슬 몸이 가려워지면 아이들 피부에 더 신경을 쓴다. 씻기고 꼼꼼히 로션을 발라주는 것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관리의 대물림이다. 기쁨도 슬픔도 나누는 것이 가족이라더니… 아픔(?)도 나눠지는 걸까?
#외할머니, 엄마에 이어.. 혹시 나도?
몇 년 전 내 친구는 비슷한 시기에 슬픈 일을 연거푸 치렀다. 외할머니에 이어 어머니까지 친구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친구의 외할머니는 몇 개월 간 암투병을 하셨다. 세상을 떠나시기 전까지 친구의 어머니는 그 곁을 지켰다. 그리고 얼마 뒤 친구 어머니가 암으로 진단받았다. 간호를 하던 어머니와 같은 병명이었다. 아픈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셨기 때문에 본인의 상태가 어떻게 될지 너무 잘 알고 계셨다고 했다. 그렇게 거의 1년 만에 친구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비슷한 시기에 보낸 친구는 슬픔과 두려움을 동시에 겪었다. ‘나도 같은 병이 걸릴지 몰라……’라는 생각이 지금도 문득 든다고 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가족이 좋은 면만 닮으면 좋을 텐데, 꼭 그렇지 만은 않은가 보다. 부모님이나 형제와 비슷한 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병원 검진을 가도 의사 선생님은 꼭 ‘가족력’을 물어본다. 가끔 이 가족력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고혈압이 있는 부모님처럼 나도 그러지 않을까?’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뇌혈관 질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나도 그럴지 몰라’처럼. 마치 건강문제의 예언처럼 말이다.
#가족력 지도를 그려보자
가족력은 ‘특정 질병에 대한 가족 내 역사’를 뜻한다. 가족력이 있다고 꼭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유전 질환과는 다르다. 건강은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생활하느냐 등 다양한 것들이 요소들에 영향을 받는다. 가족력을 마치 건강의 예언처럼 가족력을 맹신하고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가족력은 내가 어떤 병에 취약한지 알려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가족력 지도를 그려보면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방법은 나를 중심으로 조부모, 부모, 형제까지 직계가족 3대가 앓고 있는 질환을 써보는 것이다. 집안에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이 2명 이상이면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는 고혈압, 성인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 등이 있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나의 경우 부모님과 오빠 모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조심했고 할아버지와 아빠가 간 관련 질환이 있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거나 평소 식습관, 생활습관에 이 부분을 더 신경 쓰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내가 아픈 곳을 가족에게 잘 얘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아픈 곳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 가족력이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지표’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