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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비 Feb 26. 2021

기업들이 자기 문 앞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

ESG선포를 넘어 <행동주의기업>으로


<행동주의기업>이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이 사뭇 궁금했다. 게다가 책을 가득 뒤덮고 있는 짙은 파란색에서 힘찬 파도를 보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나는 15년 간 광고회사, 홍보회사, 중견기업에서 일을 하며 여러 회사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하고 있기에 자연히 회사들을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이 중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회사들이 있었다. 비즈니스에서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들이었다. 이들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이를 일관되게 실천하고 있었다. 지금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행동주의기업’과 흡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동주의기업>의 서문은 지속가능성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시작한다. 심지어 모두가 노력을 하면 지구의 온도가 2100년 약 3.6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상승 온도인 4~4.8도보다 약간 낮은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화두에 오르고 있는 지속가능성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의미인가?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에게 찾아온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자기 문 앞을 넘어 더 넒은 영역에서 혁신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행동주의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려는 것은 사업을 행동주의 엔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 데이비드 브로너, 닥터브로너스 총괄대표 -

여기서 ‘행동주의기업’은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말한다. 이들은 거대하고 공고한 사회제도, 시스템에 맞서 사회적 가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도전’을 한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닥터브로너스’ 스토리는 꽤 놀라웠다. 닥터브로너스는 미국 유기농 바디케어 제품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람과 환경에 가치를 두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행동은 친환경 패키지, 친환경 원료 적용처럼 단순히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친환경 천연재료인 헴프 재배 합법화를 위한 입법활동, 땅을 살리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되살림 유기농업 확대에 이른다.


헴프는 마리화나와 비슷하게 생겨서 재배가 금지된 식물이다. 대마의 일종이지만 정신활성물질 함량이 0.3% 이하로 매우 낮다. 반면, 용도가 매우 다양하고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적어 유기 농업에 잘 맞는다. 법적으로 미국 내 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닥터브로너스는 중국, 캐나다 등에서 햄프를 수입해 사용해왔다. 그러던 중 헴프의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해 2001년부터 헴프 재배 합법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 결과, 10여 년이 지나서야 조금씩 법안이 개정됐고 헴프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닥터브로너스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더 나아가 햄프 산업을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농가의 공정거래를 돕는 것을 시작했다. 이렇듯 닥터브로너스는 공급자, 고객, 타기업, 정부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농업과 비즈니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뚜렷한 목표 (출처: 닥터브로너스 홈페이지)


왜 목욕 폭탄을 만들고 동시에
지구를 구하려고 하면 안되는가
둘 다 못할 이유가 없다.
- 마크 콘스타틴, 러쉬 창업자 -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러쉬, 바디샵의 행보도 실로 놀랍다. 이들은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확대해가지만 이들의 실천의 깊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진다. 각 기업이 정의하는 ‘행동주의’는 모두 다르지만 비슷한 특징을 갖는다. 이 책에서는 행동주의의 특징을 아래 10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꼭 책으로 이 특징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만나보길 바란다!)


첫째, 사회,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다.

둘째, 기업시민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셋째, 자신 역시 철저히 실천한다.

넷째, 실천의 범위를 비즈니스 울타리 내로만 가두지 않는다.

다섯째, 시스템 변화 등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한다.

여섯째, 비즈니스를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일곱째,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여덟째, 지속가능성을 넘어 되살림(regeneration)을 추구한다.

아홉째, CEO부터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열 번째, 직원 행동주의와 결합되어 있다.

특별 제품의 전체 수익금을 기부하는 채러티 팟 (출처: 러쉬 홈페이지)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얼마 전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미 몇 년 전부터 ESG경영을 준비한 회사의 담당자였다. 그가 몇 번이고 강조한 말이 있다. 바로 ESG를 시작하며 컨설팅업체에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회사가 집중하고자 하는 방향은 내부에서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ESG가 화두이다. 모든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ESG를 접목하고 있다. 자연스레 ESG와 관련된 활동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과 가치창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행동주의기업들이 점차 늘어났으면 한다. 이러한 때에 <행동주의기업> 책은 좋은 영감을 주는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서 이 책을 만난 것은 실로 행운이었다. 나와 같은 행운을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기를. 또, 이 책의 영향력이 힘찬 파도처럼 이어져 큰 물살이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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