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4학년이 됐다. 팬더믹 키즈인 아이들은 1학년 시작을 팬더믹과 함께 했다. 3년이 걸려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다. 고학년이 되고 학교 생활이 정상화되자 아이들은 꽤 바빠졌다. 어제는 국영수 학년 평가를 봤다고 했다. 새 학기가 되면 이전 학년 공부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시험을 본다. 보통은 바로 그 결과를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않다. 그런데, 지금 담임 선생님은 바로 채점 결과를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려줬다고 했다.
"엄마, 선생님께서 이번 시험에서 90점 이상인 친구들은 평균이라고 하셨어. 그런데, 어떤 친구가 25개 중 16개를 맞은 거야. 그 친구에게 선생님이 너는 1학년 수준이라고 했어"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은 그 아이의 당황스러움을 생각하니 순간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국영수만 골라서 시험을 보고 그 아이의 수준을 평가한다는 방식에도 좀 화가 났다. 좀 과장하자면 아이들이 앞으로 공부로 겪을 평가와 경쟁의 일면 보는 것 같았다.
얼마 전 푹 빠져있던 드라마가 생각났다. 유명한 일타 학원 강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였다. 로맨스물이라 보기 시작했는데, 그 속에 등장한 사교육 현실을 더 관심 있게 보게 됐다. 극 중 고등학교 아이들은 경쟁 속에서 시들어가고 비뚤어진다. 드라마라 다소 과장됐겠지만, 현실에서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아이 친구들의 학원 개수가 늘어났다. 드라마처럼 사교육에 병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놀 시간이 없어진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짜 준 학원 스케줄에 맞춰 하루를 보낸다. 그 속에 자기의 시간과 생각이 크기는 쉽지 않다. 부모의 개입은 학교의 문턱을 넘어선다. 요즘 회사에서는 퇴사나 결근의 이유를 부모가 회사에 전화해 설명하는 경우도 벌어진다. 인사평가에 대한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평가와 경쟁 시대가 만든 기형적인 모습이다.
chatGPT가 화두인 요즘. 우리는 공부가 답이 아닌 세상이 좀 더 빨리 올 것을 직감하고 있다. (아니, 이미 와있을지 모른다.) 공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성적으로 평가하는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적은 수의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교육이 더 변화에 민감하고 발 빨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