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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 짜지 않네...

필리핀에서 짜지 않다면 괜찮은 음식

by JOYCOCO

필리핀에 살면서 어느 순간 짜지 않은 음식을 찾게 되었다. 필리핀 음식은 짜다. 짜도 너무 짜다. 한국도 음식을 짜게 먹는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필리핀과 비교한다면 새발의 피다. 필리핀에서는 가끔 너무 짜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접할 때 도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치밥이라는 메뉴가 흔하지만 필리핀에서는 일반적이다. 치킨은 의례 밥과 같이 먹는다. KFC, 파파이스, 맥도널드, 버거킹 등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도 예외 없이 모두 치킨과 함께 밥을 판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의례 그려려니 한다. 아니 지금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수긍이 된다. 필리핀의 치킨은 너무 짜다. 우리나라에서 철수했다 최근 다시 매장을 다시 열고 있는 파파이스 체인점이 필리핀에서는 많이 보인다. 어렸을 때 먹던 추억을 생각하며 치킨을 큰 통으로 주문한 적이 있다. 세계적인 체인점이고 음식의 품질이 관리될 것이라는 얄팍한 믿음으로 선택하였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짠맛이 너무 심해서 쓴맛이 날 지경이었다. 같이 준 밥을 열심히 먹어봤지만 도저히 짠맛이 상쇄가 되지 않았다. 치킨 반조각에 밥 한 공기를 먹어도 짰다. 아깝다는 생각에 아들과 열심히 노력했지만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었다. 이걸 아깝다고 먹다가는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도 있다는 판단에 치킨을 반통도 먹지 못하고 그대로 버린 기억이 있다. 필리핀의 마닐라도 국제적인 도시이기 때문이기에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시키던 짜다는 공식에는 예외가 없다. 이제는 어느 레스토랑을 들어가건 음식을 시킬 때면 의례 습관처럼 말하게 되었다.

"Less saulty, please(짜지 않게 해 주세요.)"

그나마 요구조건을 받아주는 레스토랑은 고맙다. 물론 'Yes'라고 답을 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노력이라도 해주는 것이 감사하다. 요구조건을 받아주지 않는 레스토랑도 많이 있다. 한국에도 마라탕집이 많이 있다. 평소 마라샹궈를 즐겨 먹어서 자주 마라 전문점에 방문한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마라가 매울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짠것을 걱정해야 한다. 매번 주문할때면 제발 짜지 않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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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추천하는 레스토랑들의 공통된 특징은 짜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짜지 않아야 다른 맛도 느껴지고 먹을 수도 있다. 필리핀의 음식문화 자체가 짜게 먹는다. 필리핀 직장 동료와 같은 음식을 먹을 때도 나는 적당한 간인데 필리핀 친구는 싱겁다고 말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열대지방이어서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이러한 음식문화가 형성되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한 다른 동남아 지역에 비해 필리핀 음식은 유난히 짜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국민소득이 적어서 적은 식자재로 강한 맛을 내기 위한 슬픈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이런 음식문화에서는 국민들의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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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기만 한 것은 아니고 달기도 매우 달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달다. 심지어 도저히 못 먹을 정도로 단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특히 커피숍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면 'Less Sugar(설탕 적게)'는 필수 사항이다. 설탕을 적게 넣어달라고 특별히 요청해도 너무 달아서 못 먹은 경우도 있다. 물론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마시는 달콤한 음료는 힘을 나게 해 준다. 하지만 필리핀의 음료는 달아도 너무 달다. 심지어 필리핀 친구들은 음료를 주문할 때 'More Sugar(설탕 많이)'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두려워서 한 번도 시도해 보지는 않았지만 저 정도 설탕양이면 아마도 사약 수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무실 탁자에는 항상 설탕 한 봉지가 있고 수시로 음료나 음식에 아무 죄책감 없이 설탕을 뿌려먹는 필리핀 친구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저렇게 먹어도 정말 괜찮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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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설탕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설탕에 추가의 세금을 붙이는 등의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필리핀만은 예외이다. 아마 필리핀에서 설탕가격을 올린다면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실제로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 지역에는 지금도 반군이 행동하고 있다.

단짠은 거부할 수 없는 맛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정도껏 할 경우이다. 못 먹을 정도로 짜고 단 음식이 일상인 필리핀의 음식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힘들다. 필리핀 사람들의 현실을 보노라면 너무나도 처참하다. 현실이 너무 고달프니 달콤함으로 현실을 잊어보려는 노력일 수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 슬퍼진다. 필리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건강한 식문화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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