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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Nov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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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나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2020년 나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2020년 12월 생활 성서 독자 참여 글, 잡지에 실리진 않았지만, 이 마감 덕분에 신앙 안에서 한 해를 돌아볼 수 있었기에 이곳에 올려둔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나다

2020년 2월,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집전하시는 미사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드릴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엄마(故 우명옥 로사리아)의 비행기 마일리지로 엄마가 보내주는 여행이라 생각하고 떠났던 영원의 도시 로마. 로마로 떠났던 것은 바티칸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여행지를 선택하고, 바티칸 홈페이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스케줄을 (베드로 대성당 미사 집전의 날, 알현식, 삼종기도의 날 등) 확인하고 그 일정에 맞춰서 떠난 성지순례이기도 했습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나라에 오셨을 때, 서울 시청 앞에서 미사 드릴 때 엄마와, 본당 분들과 도로 한복판에 앉아 미사를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을 통해 엄마와의 시간 추억여행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로마에 있던 시기는 2월 초라서, 우리나라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늘어가고 있을 때였고, 이탈리아에서도 확진자가 하나, 둘 정도 나오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제가 다녀온 미사와 알현식 후로 한참 동안 그렇게 공동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어려웠던 것을 보면, 참 놀라운 시간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엄마와 성당에

엄마와 종교 안에서 함께 한 체험들이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도 저를 슬프기만 한 상태가 아니라, 어떤 영원의 존재와 상태에 대해서도 기도하게 되고, 공동으로 아는 신부님과 수녀님을 통해 받은 위로와 감사의 기도가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로 본당의 활동이 중단되고, 미사가 중단되었을 때도 열심히 본당 활동할 때의 담당 신부님이 엄마 기일 날, 미사 중에 기억한다는 말씀, 수녀원에서 열리는 미사에 한 번 참례할 수 있던 시간, 다시 미사 드리며 미사 참례의 은총에 대해 깊이 체험한 것- 매주 엄마가 다니던 성전, 엄마의 장례미사가 있던 성전이라 그곳에 그렇게 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친할머니를 통해 성당과 가까워지고, 어릴 적 유아세례를 받고, 청년 시절엔 냉담을 하기도 했지만 30대 초/중반 아주 뜨거운 맘으로 성당 활동을 했습니다. 전례단에서 독서와 해설 봉사를 하고, 그 외 회합 시간, 성서모임과 연수 등을 통해서 다가오는 일들, 주변의 친한 친구와 언니 등이 몇 년 사이 견진 성사를 받게 되어 그들의 대모가 되기도 하며,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홀린 듯이 보낸 시간은 코로나 19로 힘든 날 속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 그런 영적 동료들이 되어주었습니다.


다시 공부의 시작

올해는 코로나로 성당의 미사가 중단된 기간도 길었고, 저도 평소보단 미사를 덜 가게 되었습니다. 미사에 못 가도 성경공부를 하거나, 청년 성서모임 말씀 봉사자를 하기도 했는데 올핸 그런 봉사도 없이, 그저 한 달에 한, 두 번의 전례 봉사만 하고 지냅니다. 12월, 천주교의 새해인 대림 시기가 오기 전, 피정이나 성경공부를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와 오랜 친분의 수녀님에게 연락이 와서, 그 수녀님과 같은 수녀원에 계신 수녀님이 소규모로 모집한 <시편 읽기>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이 시대에 맞춰 줌으로 나누는 성경 말씀. 용산, 신사, 정릉, 제천에서 모인 넷이 줌을 켜고 앉아 시편을 읽고 나눕니다. 바로 옆에서 말하지 않고 노트북 화면 너머인데 그래도 이렇게 소통이 가능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합니다. 어쩌면 이전에 만난 적이 없고, 또 각기 다른 곳에서 겹치는 이들이 없는 자유, 그래서 나, 이지나 요안나로 더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52주의 시편 읽기는 약 1년이 걸리겠죠? 그래도 2020년에 마주한 나를 도와주던 손길과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해봅니다.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 (1 코린 2:9)

2020년 2월에 다녀온 이탈리아.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시간이었다. 바티칸 앞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
교황 선출의 자리인 시스티나 소성당. <두 교황>에서, 그리고 각각의 그림을 보고 듣고 조금은 알고 간 뒤에 찾아간 소성당에서 두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에어비앤비에서 찾아서 외국인 사진가에게 스냅사진을 찍었었는데 그게 얼마나 귀한 사진이 되었는지••


2020년 성당 생활 결산은 이번 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맞춰해 봐야지!


https://m.youtube.com/watch?v=nSZblWrrr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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