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y Perry - PRISM (2013)

[음반 톺아보기 1] 내 첫 음반.

by 유민

PRISM, Katy Perry, 2013


사람에게는 누구나 처음이 있다. 처음 들은 노래, 처음 본 영화, 처음 가 본 여행지... 케이티 페리는 내 삶의 많은 부분에서 '처음'을 담당하고 있다. 오늘은 PRISM 10주년 기념으로, 10주년 기념 LP를 지른 기념으로, 10주년 기념 LP가 미국에서 배송 온 기념으로... 케이티 페리의 3집 앨범 PRISM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생각해 보니, 케이티 페리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설명을 해보자 한다. (물론 나랑 아아아 아주 오래 해 온 친구들이나 팝송에 조금이라도 일가견이 있는 분들은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유명한 사람이니까) 케이티 페리는 미국의 팝 가수로 한 때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차트를 휩쓸고 다녔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사람이다. 대표곡으로 'Roar'나 'Dark Horse', 'Firework'나 'Never Really Over'는 가수가 누군지는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팝송일 것이다. 다만 한국 감성과는 좀 거리가 있는지 팝송계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다른 가수들(테일러 스위프트, 리아나, 레이디 가가...) 등에 비해서는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많이 떨어진다.(침착맨이 '나 케이티 페리 몰라~'라고 했을 정도니...)


내가 케이티 페리를 처음 좋아하게 되었을 때는 아마 2012년이(나 2013년 초)였을 것이다. 저스트 댄스를 하다가 처음에는 헬로 키티를 떠올리는 이상한 이름에 관심을 가져 찾아보다가, 그녀가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에 뭔가 끌리게 되었던 것 같다. 거기에 신나고 대중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므로, 그런 점에서 케이티 페리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나는 당해에 나온 새 앨범, 'PRISM'을 당시 예약구매해서 샀었고, 그 앨범은 내가 '처음 구매한 음반'이 되었다. (사실 이 앨범인지 페리 1집인지는 좀 헷갈린다...) 앨범 선공개 싱글이었던 Roar를 매우 좋게 들었던 나였던지라, 이 앨범도 CD 플레이어에 넣고 좋아하는 곡을 뽑고, 전곡을 한 번에 재생하고, 한 번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볼륨 최대로 틀어놓고 혼자서 춤추기도 했고 (이것이 초4의 일탈이다...), 그랬던 추억이 많은 앨범이고, 지금도 케이티 페리 최고의 앨범을 뽑으라면 (1집과 3집 중에 고민은 하겠지만) 결국 이 앨범을 택할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봐도 PRISM은 꽤 잘 만들어진 앨범이 맞다. '앨범이 뭐지 먹는 건가요 냠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케이티 페리가 앨범의 구성을 잘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고려해 보았을 때, PRISM은 '앨범 단위'로서 상당히 잘 짜여있다. 유기성이고 진행이고 뭐고 꿀리는 대로 트랙을 배치해 둔 '옷장'에 가까운 2집 Teenage Dream이나, 많이 발전은 했지만 시대를 따라오지 못 한 5집 Smile, 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는 4집 Witness, '앨범 구성'만 놓고 보자면 3집보다 나은 면도 있지만 전체적인 곡 퀄리티가 아쉬운 1집 One of the Boys 속에서 3집의 '다양한 색의 나'라는 구성은 그 속에서 꽤 빛나 보인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앨범들에 비해 수록곡의 퀄리티가 준수한 것 또한 가산점이다.


그렇다면 앨범 트랙을 한 곡씩 뜯어볼까 한다.



앨범은 전후반부로 구성을 나눠볼 수 있다. 전반부에선 다양한 장르로 케이티 페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팝'의 정수를 보여준다면, 후반부는 전곡을 발라드로 채움으로써, 케이티 페리가 가지고 있던 고민과 이의 극복에 대해 보여준다.




<전반부>


1. Roar


3집의 문을 여는 트랙임과 동시에 리드 싱글로의 역할도 했다.


사실상 가장 유명한 케이티 페리의 노래 중 한 곡. 시원시원한 보컬과 그에 걸맞은 콘셉트가 곡을 빛내준다고 생각한다. 꽤나 좋아하는 노래.



2. Legendary Lovers


오리엔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에스닉한 곡.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의 곡은 취향은 아니지만, 후렴구에 'Legendary Lovers, We should be Legendary'하고 질러대는 부분이 맘에 든다. 가사가 단순하긴 한데, 오히려 그게 노래의 매력을 살려주지 않았나 싶다.


3. Birthday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좋아했던 곡이다. 매년 생일이 되면 가장 첫 번째로 찾아 듣는 곡이다. 지금까지도.


노래는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신나게 퍼져나가는 전형적인 팝이다. 1집 수록곡 'Waking Up In Vegas'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 곡과 느낌이 비슷해서 더 좋아했던 것 같기도. 다만 뮤비는 정말 정말 정말 아쉽다. 위에 올려둔 가사 비디오의 분위기만 살렸어도 좋았을 텐데. 병맛 콘셉트 못 버리는 건 2023년까지도 여전하다.




4. Walking On Air


선공개곡이었지 아마. 80년대 디스코스럽다는 리뷰를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맞는 말이다. 그냥 별 특징 없이 신나는 노래. Dark Horse와 Walking On Air 두 곡이 선공개되었을 때 나는 Walking On Air를 더 좋아했었다. 훨씬 인지하기 쉬운 노래라 그런 듯 싶다. (물론 지금도 Walking On Air를 더 좋아하긴 함ㅋ)




5. Unconditionally


전반부 수록곡 중 실려있는 발라드. 후반부 발라드들이 조금 힘을 뺀 느낌이라면 이 곡은 정말 파워풀한 팝 발라드 곡이다. 순서가 좀 뜬금없긴 한데 좀 생각해 보니 유달리 넣을 곳도 없다... Ghost 앞이었으면 차라리 좀 더 나았을 거 같기도. 뮤비 해석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되지만 솔직히 이거보다 페리 예쁘게 나온 뮤비 없다.




6. Dark Horse (Ft. Juicy J)


빌보드에서 뽑은 케이티 페리 대표곡에 다른 곡들을 다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곡이다. 선병맛 후중독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데, 노래는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어느 순간 신나게 따라 부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유명한 곡이라,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7. This Is How We Do


전자음으로 시작돼서 일렉트로 비트가 곳곳에 깔려있는 이 곡은, 중간에 들어가는 벌스나 가사를 생각해 봤을 때 역시나 약간의 병맛 컨셉을 노리고 만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번 앨범들의 병맛 컨셉 곡들이었던 'Ur So Gay'나 'Peacock'을 생각해 봤을 때, 확실히 세련되게 잘 만들어졌다. 뮤비는 개인적으로 페리 뮤비 중 가장 iconic 한 뮤비가 아닌가 싶다.




8. International Smile


전반부에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이지만 노래 자체도 평범하고 별 특색 없이 흘러간다. 가사도 '도쿄에서 뉴욕까지 국제적인 미소를 펼치고 다닐 거야~'하는 유치한 가사라... 그러나 케이티 페리 앨범에서 '넘겨버리고 싶은 지뢰 트랙'이 얼마나 많나 생각해 보면 무난하게 수록곡으로 즐기고 갈 수 있는 노래라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후반부>


9. Ghost


문자로 이혼 이야기를, 그것도 투어 공연 1시간 전에 꺼낸 전남편 러셀 브랜드(최근에 성범죄 논란 뜬 거 같던데...)를 사랑이고 뭐고 다 빠져버린 Ghost라고 표현한 곡이다. 가사는 이렇게 암울하지만 곡 분위기가 그렇게까지 가라앉지는 않아서 트랙을 잘 연결해 준다.


개인적으로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가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Bad Blood(이번에 재발매한 1989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둘이 화해했으면서 이 노래는 왜 안 빼냐고;;)'에서 'If you live like that, you live like ghost(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넌 유령과 사는 것도 같을 거야)'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전남편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던(뒤에서 자세히 설명함) 페리한테, 전남편을 유령으로 묘사한 부분을 저렇게 디스할 수 있나...라고 생각한다. 그건 좀 아니지 않니...



10. Love Me


무난하게 듣기 좋은 발라드 트랙이다. 곡 구성도, 가사도, 보컬도 딱히 튀는 점은 없지만 그렇다고 모난 부분도 없다.



11. This Moment


Love Me랑 비슷한 트랙이지만, '굿 와이프'라는 드라마에 시기적절하게 삽입되어 꽤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난 그 드라마 안 봐서 패스.



12. Double Rainbow


Sia가 페리한테 준 곡. 그냥 잔잔하게 흘러가는 감성이 좋다. (지금 들었을 때 가사는 참 단순하지만...) 어렸을 때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축하 영상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했었는데, 엄마아빠가 그때 흘렸던 감동의 눈물이 다시 떠오른다.



13. By the Grace Of God


예전엔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는데 최근 들어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이런 노래 좋아하게 된 건 성숙해진 건지(=늙은 건지) 아니면 많이 심적으로 힘든 건지...


"Was 27, surviving my return to Saturn
새턴 리턴(삶의 한 주기)을 경험한 건 27살 때였지.

A long vacation didn't sound so bad"
기나긴 휴가도 나쁘지 않아 보였어.





저기서 '기나긴 휴가'라는 건, 대충 알겠지만 '죽음'을 의미한다. 남편과 이혼 후, 활발히 활동을 했지만 그 안에 숨어있던 썩어있는 마음이 짠했다. 그럼에도 거울을 보며 다시 일어났다는 표현은 나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한국에서 아무도 모르던 가수를 왜 나는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는 앨범형 가수를 좋아하는데 앨범은 나 몰라라 하는 완벽한 싱글형 가수고, 가창력 쩌는 가수를 좋아하는데 라이브에서 소리만 빽빽 지르는 스타일이고, 좀 다듬어진 가사를 좋아하는데 그녀가 쓴 가사는 날 것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나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누구라도 좋아하게 만드는 대중적인 '팝'을 가장 잘 살려내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런 그녀의 앨범 중에서 가장 잘 '다듬어진' PRISM을 오늘은 톺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