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쏟아진 말들이 자국을 남기며
말자국
비 내리는 저녁, 앞서 도착한 발자국들이
입구와 긴 복도에 축축히 허물어져 있다
그 위를 나도 저벅저벅 걸어 발자국을 남긴다
비 그쳐가는 밤, 아버지와
서로 듣지 않는 통화를 마치고
화풀이하듯 설거지를 한다
이미 쏟아진 말들이 자국을 남기며
물기 떨어지는 그릇들 위로 줄지어 간다
말자국들은 새벽까지
천장과 벽, 전화기 화면 위를 헤매다니다
잠든 내 얼굴을 밟고 고향집 문 앞에 가
밤새 서성이다 되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