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月蝕)

그때 그리고 지금

by 유연 은정원



월식(月蝕)




어느 날 흐린 골목에서

발밑의 그림자가 나를 앞지르며

얼굴 위로 어둠이 흘러갔을 때


문득 알았다, 너의 그림자

징벌도 재앙도 아닌

흘러가는 그늘이라는 것을


수만 갈래 은하수 수많은 떠돌이별 중에

어쩌다 너의 그림자를

어쩌다 나의 얼굴에

잠시 흐르도록 두는 일


슬픔도 회한도 아닌

오히려 우리가 기다린 시간

이 넓은 우주에서

그때 그리고 지금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