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cchetti (London, UK)
런던에서 스테이크 하면 소개되는 곳은 백이면 백 유명 스테이크 체인 "Flat Iron"이다. 저렴한 가격과, 가격에 비해 맛이 나쁘지 않아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Flat Iron"이 지금까지 수많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핵심적인 이유는 역시 10파운드라는 미친 듯이 낮은 가격 덕분이다. 조금 더 좋은 곳을 찾아 괜찮은 품질의 스테이크 하우스를 가보자니 런던의 악명 높은 물가가 두려워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런던에 와서 가장 저렴한 플랫아이언만 가보긴 아쉽지 않은가?
파인 다이닝이나 스테이크 하우스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Flat Iron"보다는 조금 더 분위기 있게 좋은 품질의 스테이크와 이탈리안 푸드를 즐기고 싶다면 지금 바로 런던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가야 한다.
런던 피카딜리에서 실제 이탈리안들이 운영하는 캐주얼 이탈리안 레스토랑 "Cicchetti"다.
(215 Piccadilly, St. James's, London W1J 9HL United Kingdom)
런던에 스테이크집이 플랫아이언밖에 없는 건 아니거든요
런던의 야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웨스터민스터 브릿지부터 빅벤, 트라팔가 스퀘어를 지나며 야경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피카딜리 서커스까지 걸어와버렸다. 늦은 밤 피카딜리 서커스 부근을 사람들에 둘러싸여 오래 걷다 보니 허기가졌다.
물가가 비싼 영국, 영국에서도 비싼 런던, 런던에서도 비싼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다. 비싼 가격은 어느 정도 각오한다 생각해도- 수백 개의 나라에서 관광을 온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이 좋은 주말 여름밤에 가장 관광객이 많은 이 거리에서- 예약도 없이 "Just one"을 말하며 들어갔다가는 퇴짜를 맞기 딱 좋았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소호부터 리젠트 스트리트를 따라 걸으며 이곳저곳 돌아보아도 어디든 다 사람은 많아 보였고, 인내심은 점점 떨어져 갔다.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야경이 예쁜 거리를 오래도록 걸어왔으니, 아경이 예쁜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러던 중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포트넘 앤 메이슨으로 길목으로 가는 길에서 은은한 주황 불빛에 마음이 이끌렸다. 시간도 늦었고, 밖의 창으로 얼핏 보이는 내부 인테리어도 바의 느낌이길래 가벼운 식사와 와인 한 잔 하기에 좋겠다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예약을 하였느냐고 물어보는 서버의 질문에 혹여나 퇴짜를 맞을까 겁이나 소심하게 대답하니, 활기차게 웃으며 괜찮다고 돌아온 그 대답이 런던에서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친절이었다.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키친 클로징 타임에 가까워져서 다행히 몇몇 자리가 비어있었고, 소파 테이블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가벼운 샤르도네 한 잔을 먼저 오더 하고, 천천히 메뉴를 살핀 후에 고구마튀김과 리코타 치즈 샐러드, 등심 스테이크로 주문했다.
늦은 저녁 무렵 연인들이 바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세계 어느 도시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런던은 연인과 오기에 정말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런던의 길거리에 형형색색 반짝이는 예쁜 장식들이 달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문한다면 환상적인 추억을 남겨주리라.
등심 스테이크가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함께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미디움레어로 오더 했는데, 만족할만한 굽기 상태로 나와주었다. 곁들임으로 나오는 샐러드는 어디에서나 맛볼법한 그런 맛이었지만, 조금 향이 강했던 스테이크와 함께하기엔 적합했다. 갓 튀겨 나와 따뜻하고 바삭했던 고구마튀김도 메인 디쉬와 참 잘 어울려서 좋았다.
구글 리뷰를 찾아보아도 쉽게 알 수 있지만 Cicchetti의 메뉴들은 모두 양이 적은 편이다. 여럿이 방문한다면 많은 개수의 메뉴를 오더해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좋다.
밤에 찾는다면 바의 은은한 조명이 레스토랑 전체를 아름답게 비추어준다.
피카딜리 부근에서 눈부신 런던의 야경을 구경하다가, 혹은 재밌는 뮤지컬 한 편을 감상하고 나서 좋은 분위기에서 와인 한잔과 함께 이탈리안 디쉬를 즐기기 좋다. 화이트톤에 은은한 호박색 조명과 맛있는 이탈리안 디쉬들, 활기차게 웃으며 맞아주는 서버가 당신을 반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