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이야기, 지금 모두가 봐야 할 이야기
한동안 넷플릭스 권태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넷플릭스에서 드디어 괜찮은 드라마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스멀스멀 들리기 시작했다. 제목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성폭행 관련 이야기라고 했다. 그리고 넷플릭스에서도 메인으로 계속 나에게 추천을 해주고 있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자꾸 피하게 되었다. 성폭행을 다루는 이야기라서 나 스스로 꺼려한 거 같다.
하지만, 에피소드 1을 클릭하자마자 끊을 수가 없었다. 한 에피소드 당 45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이 쭉쭉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모든 에피소드가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이런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그 의도가 느껴져서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봤으면 좋겠다. 그 이유는 꼽아보자면,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시작됩니다)
1. 피해자성을 규정짓어서는 안 된다.
첫 에피소드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마리는 정말 힘든 삶을 살아온 10대 소녀다.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에피소드 중간중간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삶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이 안 간다. 그런 그녀가 폭행을 당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해자의 모습과는 다르게 (내가 보기에는)최대한 없었던 일처럼 하는 행동에 어른들은 그녀를 의심한다. 그리고 쉽게 규정짓어버린다. '나도 폭행을 당해봤어, 하지만 나는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어. 그렇기 때문에 쟤는 폭행당한 피해자가 아닌 것 같아.' 정말 위험한 생각이고, 이 일로 마리는 계속 고통을 받는다. 에피소드 보는 내내 마리가 안 나오는 장면에서도, 빨리 마리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성폭행 또는 폭행 묘사에 대한 예의(dignity)
이 드라마에서는 성폭행 및 폭행 묘사에 대해서 피해자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고 있는 것인지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도 피해자 위치에서 촬영되었다. 간혹 범죄영화를 볼 때 그저 흥미 유발로 폭행을 보여주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폭행은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없다!
3. 여성 경찰들의 공조, 협조 수사
다른 지역을 담당하는 두 경찰 캐런 두발과 그레이스 라스뮤센, 이 멋진 여성 경찰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드라마의 즐거움이었다. 이 둘이 하는 대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다. 남자 경찰들 중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경찰이 40%나 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만약에 여자 경찰 40%가 가정폭력을 저지른다는 조사가 나오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그레이스 질문에 캐런은 바로 '40%의 여성 경찰이 직장을 잃겠죠'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경찰에만 국한된 그리고 미국 사회에만 직면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적의 모든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중심의 서사
성폭행 피해를 묘사한 것과 같은 이야기일 수 있으나, 이 드라마는 철저히 피해자 중심이다. 피해자들이 폭행을 당하고 그 이후 얼마나 힘들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범죄영화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가해자를 잡는 모습일 텐데, 이 드라마에서는 가해자를 잡는 부문이 조금은 싱겁게 끝난다. 가해자가 잡히고 난 후 재판 장면도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들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자신이 보내온 수많은 날 들 중 단 하루였던 그 날이, 나를 망가트렸고 많은 것을 잃게 만들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성폭행은 치유될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 그녀들의 삶을 계속 괴롭힐 것이며, 매일매일 그 기억과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 이외에도 이 드라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 그만큼 좋은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에피소드가 다 끝나고 크레딧이 나오는데 수재나 그랜트(Susannah Grant) 이름이 연속으로 나와서, 그녀에 대해 궁금해졌다. 수재나 그랜트는 이 드라마에서 총 제작, 감독, 각색을 맡았다. 그녀의 작품을 챙겨봐야겠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포카혼타스(1995), 에린 브로코비치(2000), 샬롯의 검은줄(2006)이 있으며 에린 브로코비치로 그해 아카데미 각본상,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참고: 위키백과)
저처럼 이야기의 소재가 너무 무거워서 망설이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꼭 보시라고 권해주고 싶습니다. 다 보시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