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월 Oct 16. 2019

(미드 추천) 체르노빌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재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준 드라마...

체르노빌을 본 지는 2달 넘은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브런치에 쓰고 싶어 진 이유는 영화 조커를 보고 난 후에 이 드라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왜? 무슨 상관관계??


영화 조커를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잘 만들었고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 와킨 피닉스의 정신상태가 걱정될 정도였다. 조커는 연출, 촬영, 연기 다 좋았다. 그중 음악이 이 영화에 더 깊게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조커가 춤을 출 때 흐르는 첼로 음률부터 영화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음악들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다음에 음악감독이 누구였는지 찾아보니! 힐더 구드나도티르(Hildur Guonadottir)!

힐더 구드나도티르는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나 첼로를 전공했다. 아이슬란드 예술원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음악 연구 및 작곡을 전공했으며 이후 연극과 무용, 공연을 위한 다양한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또한 첼리스트로도 활동하면서 실험적인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11년부터 영화음악을 시작하여 여러 유럽 영화들의 음악감독으로 활동을 펼쳐나갔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이 미드 체르노빌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이끌어내고 몰입감을 만들어낸 것이 그녀의 음악이었다. 그때 궁금해서 찾아본 그녀가 영화 조커의 음악도 맡았다니, 갑자기 미드 체르노빌이 다시 보고 싶어 졌다. 그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에미상을 수상했다. 체르노빌 보시면서 흐르는 배경음악도 집중해서 들어보시길~

그녀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최근 영화작품들 (출처 : 네이버 영화)

체르노빌은 여러 면에서 칭찬을 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미 2019년의 최고의 미드라는 칭송을 받고 에미상 10관왕이라는 기록을 남긴 드라마로, 한국에서는 왓챠에서 볼 수 있다. 미국 HBO에서 제작한 이 드라마는 1986년 소련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다루고 있다. 실화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로, 완벽한 고증을 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며 이 재난을 현재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5부작으로 다 보고 나면 순간 멍 해지면서 원전에 대해 알고 싶어 진다.

사람이 살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도구인 원전은 사람을 끔찍하게 죽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부문은 재난의 끔찍한 형상을 대놓고 보여주지 않는 점이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원전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 그저 상상으로만 막연하게 끔찍한 재난이다 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극을 이끌고 가는 스토리 중 하나인 소방관 이야기를 보면, 불을 끄기 위해 제일 먼저 원전에 간 소방관들이 피폭을 당해 점점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서히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하거나 자세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들의 비명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 모습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게 된다. HBO 체르노빌 팟캐스트(spotify에서 들었음)가 있는데, 거기에서 제작자가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자극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즉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느껴지는 연출력이었다. 이 점이 체르노빌 드라마를 높게 평가하는 점이다.

체르노빌 팟캐스트는 Peter Sagal 진행자와 총책임 프로듀서 Craig Mazin이 각 에피소드별 뒷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을 수 있다. HBO홈페이지 또는 Apple Podcast에서도 들을 수 있다.
체르노빌 공식 예고편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이유는 체르노빌은 끝나지 않은 재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환경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근 후쿠시마 이야기만 봐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이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전 문제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체르노빌은 막을 수도 있었던 재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재난의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시를 내리는 사람들은 오만했고 무지했다.


체르노빌 재난은 인간의 욕심, 무지함, 나태함, 오함함 등이 만들어낸 대 재앙이다.



심각한 주제이지만 연출력이 뛰어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를 보게 되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꼭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