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색

여름, 추억

by 시지프의 아내

어둠의 끝을 향해 헤엄치다

잃어버린 빛만큼 까맣게 물들었다


작렬하는 태양을 이고 걸었다

까만 몸 위에 볕의 부스러기가 내려앉았다


그을린 나의 사랑은

지도 같은 얼룩만 남겼다


너의 하얀 살결을 보듬고

빛을 한 입 베어 문 투명한 두 볼을 감쌀 때

선명한 어둠이 웃고 있다





까맣게 그을린 팔뚝이 몇 년째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와 여름 내내 동네를 누비고 다닌 대가이다. 겨울이 오면 다시 하얗게 돌아올 줄 알았는데 거뭇해진 얼굴도 깨가 쏟아진 갈색 팔뚝도 그대로다. 어릴 적 엄마의 팔 엔 유난히 주근깨 같은 점들이 많았는데, 어쩌다 엄마의 팔까지 닮아버렸는지.

이미 타 버린 피부색엔 그만 신경 써야겠다. 갈색빛으로 짙어지는 만큼 아이와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도 깊어지겠거니 웃어넘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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