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평범하게 산다'는 바이브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정문 경비원, 김성웅

by ReLight

정신없는 아침 등교길, 빵빵거리는 자동차 소리와 종점인 교내 차고지로 향하는 수많은 버스들, 지각하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는 학생들.수많은 차량과 학생이 뒤섞여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정문 교통을 통제하는 마에스트로가 있기에 오늘도 학생들은 걱정 없이 무사히 등교할 수 있습니다.25년째 한 자리를 지키며 지휘자처럼 교통을 통제하는 김성웅 님은 오늘도 학생들의 등하교 길이 무사하도록 책임을 다하고 계십니다.



인터뷰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저는 경희대학교 총무관리처 관리팀 소속 정문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김성웅입니다.


-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제가 1957년생, 올해로 68세입니다.


- 와, 저희 교수님께서 오래 전부터 성운 님을 봤다고 하셔서 너무 궁금해 하셨어요. 일을 하실 때 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시나요?

제가 하는 일은 차량 유도와 통제, 그리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에요. 그래서 항상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있어요. 아차하는 순간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늘 주의 깊게 보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죠. 가끔 버스나 승용차들이 학생들이 지나가는데도 멈추지 않고 직진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제가 몸으로 막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학생이 발을 다치는 사고도 있었고, 그런 고비를 몇 번 넘기기도 했어요.


- 여름과 겨울에도 야외에서 근무하시는데, 더위와 추위를 이겨내는 비법이 있나요?

정문 앞에 있으면 겨울엔 칼바람이 심해요. 가만히 있으면 더 춥기 때문에 일부러 더 많이 움직이고, 말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아는 분들이 지나가면 반갑게 인사도 하고요.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잖아요. 저는 오히려 옷을 하나 더 껴입어요. 남들이 보면 어리석다고 할 수도 있지만, 25년 동안 해본 결과 더울 때 땀을 흘리는 게 오히려 몸에 좋아요. 저만의 노하우죠.


-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고 지내시나요?

주 5일 근무라 주말은 쉽니다. 쉬는 날에는 주로 학교 근처 광교산에 등산을 갑니다. 체력 관리를 위해서요. 나이가 있지만, 이 일을 하려면 체력이 기본이라 꾸준히 관리하고 있어요.


- 일을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25년 동안 근무하다 보니 총장님, 부총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을 봤습니다. 그런 분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도 해주시고, 수고한다고 말해줄 때 정말 뿌듯해요. 열심히 하다 보니 교수님들, 교직원분들, 학생들까지 모두 인정해 주시더라고요. ‘열심히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모두가 알아주는 법이죠.


-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신가요?

외국인 학생이었어요. 기숙사에서 나오는 날 짐이 많아서 도와줬는데, 나중에 감사 편지와 돈이 든 봉투를 가져왔더라고요. 돈은 안 받겠다고 했지만 꼭 받아달라고 계속 감사 인사를 했어요. 그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시네요.

우리 학생들도 짐 들거나 하면 도와주려고 해요. 저도 학교 구성원이고, 학생들, 교직원, 교수님들 모두 같은 식구잖아요. 그래서 나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최대한 배려하려고 합니다.


-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정문에서 일하다 보니, 외부인이 학교에 오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이 저예요. 어떻게 보면 제가 경희대학교의 얼굴인 셈이죠. 그래서 더 학교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싶습니다.


-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00년부터 일했으니 벌써 25년이 됐네요. 그전에는 다른 직장에서 일했는데, 경기 불황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아는 분의 추천으로 경희대학교에 오게 됐어요.


- 인터뷰 진행하는 제가 2000년생인데, 근무 연차와 같네요! (웃음)

(웃음) 그러네요. 정말 시간이 빠릅니다.


-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 일을 다시 하시겠어요?

경희대학교라면 다시 하겠지만, 다른 학교라면 안 할 것 같아요. 25년 동안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경희대가 아니면 힘들 것 같습니다.


-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으신가요?

많죠. 사람 상대하는 일이니까요. 다 신경 쓰다 보면 스트레스만 쌓이니까, 좋은 면만 보려고 하고, 힘든 건 스스로 삭입니다.


-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시는군요.

그렇죠. 사적인 감정을 일에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오래 버틸 수 있어요.


-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간이라면 다 나이를 먹잖아요. 태어나서 젊은 세대를 거치고, 청년이 되고 중년을 거치고, 노년이 되고. 직장 생활을 하면 직장 생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가정 생활은 가정에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 거거든요. 그렇게 평범하게, 열심히 살다보고 되돌아보면 후회는 없을 거예요.


- 나이 들면서 좋았던 점이 있으신가요?

지금처럼 직장 생활, 가정 생활, 취미 생활에 충실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것. 그게 참 좋습니다.


- 10년 전의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욕심 부리지 말고, 지금처럼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라.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큰 진리다.


- 젊은 대학생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점이 있으신가요?

제가 25년 동안 학생들을 봤잖아요. 초창기 학생들과 지금 학생들을 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요즘 학생들은 개인주의적이긴 해도 자기 책임을 다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개성도 강하고요.


- 그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 본인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소나 물건은 무엇인가요?

경희대학교 정문이죠. 물건으로는 학교 안의 벚꽃나무나 사계절 내내 보는 나무들. 매년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느낍니다.


- 마지막으로, 오늘 사진 촬영을 진행할 건데 어떤 모습으로 담기고 싶으신가요?

평범하게요. 제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해요. 요란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조용히 풍기는 바이브가 더 좋잖아요.




사진



사진 촬영 / 편집 김민희, 인하연

편집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