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밥상
임신 후기가 되어 몸이 무거워진 나는 휴직을 한 뒤, 짧게나마 엄마의 얼굴도 볼 겸, 엄마가 해주는 집밥도 먹을 겸 부산을 찾았다.
아침 내내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명 바빴을 텐데도 엄마는 굳이 나를 데리러 공항에 나왔다.
함께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밥상을 내오셨는데,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갈치구이와, 미역국, 꼬막무침이 차려져 있었다.
거의 반년만에 고향집에 와서 밥을 먹는 나를 보면서 엄마는 갑자기 ‘니가 있는 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워낙 오랜 기간을 떨어져 살았어서 우리 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평소 전혀 표현을 안 하시던 이런 말을 다 하시니 기분이 이상했다.
“싱싱한 갈치 사려고 시장에 세 번이나 갔다”라고 갈치를 구우면서 혼잣말을 하시는 걸 슬쩍 들어서 밥을 먹다가 엄마한테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어제도 그제도 맘에 드는 갈치가 없어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시장에 다녀왔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이 밥상에 올라온 두 덩이의 갈치는 그냥 갈치가 아니라, 시장 끝에서 끝까지를 다 둘러보고 사 온, 보통이 아닌 갈치였던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내가 결혼을 하기 전에도 항상 부산에 왔을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싱싱한 생선을 구해 정성껏 구워 상에 올려주셨다. 나는 그저 부산이라서 생선이 맛있다고 생각했을 뿐, 그토록 수많은 밥상을 접하면서도 엄마의 발품을 통해 간택된 생선들이 접시에 올라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혼을 한 뒤 뱃속에 아이를 품고 나서야, 엄마의 밥상 속에 스며든 그 정성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여태껏 내게 말을 하지 않으셨지만 엄마는 항상 그렇게 내가 오는 날마다 재래시장에서 발바닥이 아프도록 다니며 생선을 고르고 또 골라오셨을 것이다.
엄마가 정성껏 요리하신 것은 알았지만 밥상에 담긴 재료 하나하나에 쏟으신 정성의 깊이까지는 몰랐다.
그래서 이 조촐한 밥상이, 언제나 엄마가 해주는 밥이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맛있었구나. 내가 가장 그리운 밥이 엄마의 밥상인 이유가 있었구나.
엄마의 정성으로 지어진 이 작고 단출한 밥상이,
나에게는 세상 가장 귀하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생 최고의 밥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