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일상의 순간
새벽 배송으로 시킨 과일 중에 올해 처음 보는 복숭아가 있었다. 네 살배기 봄이가 아침밥 대신 복숭아를 먹겠다고 해서 어린이집을 가기 전에 복숭아를 씻어주며 같이 먹고 있을 때였다.
오물오물 과즙이 넘치는 복숭아를 몇 입 베어 먹더니 봄이가 묻는다.
“엄마, 복숭아 몇 개 있어?”
“응 아직 많이 있어 4개나 있어.”
“아빠 오늘 언제 와?”
“응 저녁에 와.”
교대근무를 하는 아빠가 오늘은 새벽같이 나가서 늦은 저녁에 오는 날이다.
“그러면~ 우리 저녁에 아빠 오면 복숭아 같이 머.그.까?” 봄이가 다소 짧은 아기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한다.
표정은 벌써 아빠가 집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미소가 가득하다.
“우리 봄이 맛있는 복숭아 먹으니까 아빠가 생각났어?”
“응. 아빠랑 같이 먹고 싶어.”
아이고 이뻐.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멋진 곳에 여행을 갔을 때,
맛있고 훌륭한 음식을 먹을 때면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 같다.
나중에 누구랑 여기 꼭 같이 와야지,
엄마 아빠 모시고 와야지 하는 마음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순간이 바로 그런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나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이 그럴 것이다.
어쩌면 이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는 건
이 어린 딸아이 마음처럼
당연한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감정이 뜨겁지 않더라도,
매일 매 순간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
이런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 것이겠지.
#지금사랑하고있나요
#사랑하는사람이떠오르는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