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설계
이것으로 마지막 챕터다. 당신은 이제 모든 것을 갖췄다. A/B 테스트로 최선의 길을 선택했고, 손절매로 과거의 짐을 덜었으며, 재분배를 통해 당신의 모든 자원을 가장 날카로운 창끝에 집중시켰다.
계산은 끝났다. 공식은 당신에게 ‘GO’ 사인을 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이다. 하지만 여기가 당신이 넘어질 마지막이자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결정’과 ‘실행’ 사이에는 거대한 계곡이 있다. 그 계곡의 이름은 ‘감정’이다. 두려움, 의심, 나태함, 불안. 당신이 결정을 내린 바로 그 순간, 이 모든 감정의 망령들이 당신의 발목을 잡기 위해 기어 나올 것이다.
나는 수백 번의 완벽한 계산을 했다. 그리고 그중 99%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내 나약한 ‘의지’가 언제나 이 감정의 망령들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하자’, ‘좀 더 준비가 되면 하자’,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이 목소리들이 내 모든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 챕터는 당신의 그 나약한 의지를 당신의 인생에서 영원히 추방하기 위해 존재한다. 의지력은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자원이다. 우리는 의지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스템에 복무한다. 계산이 끝난 후, 당신이 믿어야 할 유일한 신은 당신의 감정이 아니라, 당신이 직접 설계한 냉혹한 실행 프로세스뿐이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믿어서는 안 된다. 특히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 순간의 당신은 최악이다. 당신의 뇌는 현상 유지를 원하도록 설계되었다. 새로운 도전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실패의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래서 당신의 뇌는 온갖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내 당신을 주저앉히려 할 것이다.
‘의지력’으로 이것을 이겨내겠다고? 웃기는 소리다. 의지력은 아침에 일어나면 100%로 시작해서, 저녁이 되면 방전되는 배터리와 같다. 당신의 중요한 실행 계획을, 이 형편없는 배터리에 맡길 셈인가?
성공하는 사람들은 의지력이 강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력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지 잘 알기 때문에, 의지력이 필요 없는 **‘실행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결정은 이성적인 당신이 내리고, 실행은 감정이 없는 시스템이 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WORKBOOK: 당신의 자동 실행 시스템 구축하기]
1단계: ‘방아쇠(Trigger)’를 명확히 정의하라. 모든 시스템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아쇠’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실행 시스템을 작동시킬 방아쇠는 무엇인가?
예시: “분기별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직장 내 핵심 업무’ 프로젝트의 NPV가 1,000만 원 이상으로 계산되고, 챔피언 프로젝트로 선정되는 순간, 아래의 실행 계획은 자동으로 개시된다.” 이것은 당신과 당신 자신 사이에 맺는 계약이다. 조건이 충족되면, 더 이상의 고민이나 감정적 동의 없이, 시스템은 무조건 작동해야 한다.
2단계: 첫 행동을 ‘2분 규칙’으로 분해하라. 시작이 가장 어렵다. ‘프로젝트 시작하기’ 같은 거창한 목표는 당신의 뇌를 마비시킨다. 당신의 뇌가 저항을 느끼지 못할 만큼, 첫 번째 행동을 바보 같을 정도로 작게 쪼개야 한다. 이것을 ‘2분 규칙’이라고 한다.
목표: ‘업무 자동화를 위한 파이썬 공부 시작하기’
나쁜 첫 행동: “이번 주까지 파이썬 기본 강의 완강하기” (너무 크다. 당신은 절대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첫 행동 (2분 규칙): “지금 당장 노트북을 열고, 구글에 ‘파이썬 무료 강의’라고 검색한다.” 이 행동은 2분 안에 끝난다. 실패할 가능성도 없다. 일단 검색을 하고 나면, 당신은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강의 사이트 클릭)으로 넘어갈 관성을 얻게 된다. 시작에 필요한 의지력을 0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3단계: 공개적으로 ‘선언’하여 퇴로를 차단하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당신의 나약한 의지보다, 타인의 시선이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것을 역이용해야 한다.
선언: 당신이 존경하거나, 혹은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당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선언해라.
- “팀장님, 다음 분기 제 목표는 파이썬을 활용해 현재 수작업으로 하는 A리포트를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분기 말까지 프로토타입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 당신은 도망칠 수 없다. 당신은 당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하기 싫어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실패가 두려워 내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나는 실패해도 아무도 모르는, 안전하지만 비참한 인생을 살았다. 당신은 당신의 배를 불태워라. 돌아갈 다리를 폭파시켜라.
4. ‘실패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프로토콜을 미리 작성하라. 실행 과정에서 당신의 감정은 반드시 당신을 공격할 것이다. “피곤해”, “재미없어”, “이게 무슨 소용이야”. 이런 감정이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당신은 100% 포기하게 된다. 이것이 ‘If-Then 플래닝’이다.
이 프로토콜은 당신의 감정이 날뛰기 시작할 때, 당신의 이성이 따라야 할 비상 행동 지침이다. 당신의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마라. 그저 미리 설계된 시스템에 따라 대응할 뿐이다.
이것이 당신이 구축해야 할 자동 실행 시스템이다. 공식이 결정을 내리고, 시스템이 실행을 책임진다.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당신의 역할은 이 모든 과정에 끼어들어 망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의 감정, 당신의 느낌, 당신의 의심을 시스템 작동에 개입시키지 마라. 당신은 더 이상 운전사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만든 가장 이성적인 시스템에 복무하는 충실한 군인일 뿐이다.
‘자동 실행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도, 당신의 나약함은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낼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하루만 쉬자”, “동기부여가 안 되는데 어떻게 해”.
‘동기부여’. 나는 이 단어를 ‘열정’만큼이나 혐오한다. 동기부여는 감정이다. 감정은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당신을 언제나 배신한다. 당신이 성공하기 위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평생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나는 동기부여가 넘칠 때만 일했다. ‘필 받을 때’ 밤을 새웠고, 그렇지 않을 땐 몇 주고 손을 놓았다. 그 결과 내 인생에는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프로젝트들의 무덤만 가득하다.
진짜 프로는 동기부여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동기부여 따위가 없어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분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환경을 설계한다. 당신의 목표는 ‘의지력 넘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목표는 ‘의지력이 전혀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1단계: 당신의 ‘나쁜 습관’을 유발하는 환경적 방아쇠를 제거하라. 당신의 의지력으로 나쁜 습관과 싸우려 하지 마라. 당신은 100% 패배한다. 대신, 그 습관을 유발하는 환경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 이것은 ‘저항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문제: 밤마다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보다가 늦게 잔다.
나쁜 해결책 (의지력): “이제부터 밤 11시엔 무조건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야지!” (결심은 3일을 가지 못한다.)
좋은 해결책 (환경 설계):
- 침실을 ‘스마트폰 금지 구역’으로 선포한다.
- 스마트폰 충전기를 거실에만 둔다.
- 밤 10시가 되면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한다.
- 침대 옆에는 스마트폰 대신 재미있는 책을 둔다.
당신은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이제 불 꺼진 거실까지 걸어 나가야만 한다. 이 작은 ‘저항’이 당신의 나쁜 습관을 막아주는 가장 강력한 방어벽이다.
2단계: 당신의 ‘좋은 습관’을 유발하는 환경적 신호를 설계하라. 반대로, 당신이 해야 할 좋은 행동은 그 저항을 0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환경을 세팅하는 것이다.
목표: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기.
나쁜 환경: 운동복은 옷장 깊숙이 있고, 헬스장은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좋은 환경 (저항 최소화):
- 잠들기 전에 운동복을 입고 잔다.
- 침대 바로 옆에 운동화와 물통을 둔다.
- 헬스장 대신, 집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아두고 10분짜리 홈트레이닝 영상을 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운동을 할지 말지 ‘결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당신에게 ‘그냥 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식화:′습관저항조절다이얼′이미지.′나쁜습관′쪽에는′저항MAX′로다이얼이돌아가있고,′스마트폰멀리두기′,′술안사놓기′등의예시가있다.′좋은습관′쪽에는′저항MIN′으로다이얼이돌아가있고,′운동복입고자기′,′책상위에책펴놓기′등의예시가있다.
3단계: 당신의 인생을 ‘자동화’하라. 환경 설계의 최종 진화 형태는 ‘자동화’다. 당신의 의지나 감정이 개입할 여지 자체를 없애고, 중요한 결정과 행동이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재무 자동화:
- 월급이 들어오면, 다음 날 자동으로 일정 금액이 투자 계좌로 이체되도록 설정하라. 당신은 ‘이번 달엔 좀 쓸까?’라고 고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 모든 공과금과 카드값은 자동이체를 설정하라. 당신의 정신적 에너지를 이런 사소한 것에 낭비하지 마라.
건강 자동화:
- 매주 같은 시간에 PT 예약을 미리 잡아버려라. 돈이 아까워서라도 가게 될 것이다.
- 건강한 식단을 원한다면, 매주 일요일에 일주일 치 샐러드와 닭가슴살을 미리 주문해서 냉장고를 채워라. 배고플 때 당신의 선택지는 오직 그것뿐이다.
학습 자동화:
- 매일 아침 8시, 당신의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영어 뉴스 팟캐스트가 자동으로 재생되도록 설정하라. 당신은 듣기 싫어도 듣게 된다.
나는 ‘동기부여’라는 신기루를 좇다가 내 인생을 허비했다. 동기부여는 당신을 배신한다. 의지력은 당신을 기만한다. 당신이 믿어야 할 것은 오직 당신이 설계한 시스템과, 그 시스템이 돌아가는 환경뿐이다.
이제 당신은 모든 무기를 갖췄다. 당신의 인생은 더 이상 감정의 놀이터가 아니다. 당신이 직접 설계하고, 데이터로 관리하며,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당신만의 회사, ‘ME, INC.’다.
이제 책을 덮어라. 그리고 당신의 첫 번째 분기별 주주총회를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