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우리는 '효율'의 신을 경배했고, 마침내 그 신을 창조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 신을 섬겨왔습니다.
그 신은 눈에 보이는 형상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나무나 돌로 깎은 우상도 아니었고, 고대의 경전에 기록된 신화 속 존재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종교보다 강력하게 우리의 삶을, 우리의 생각을, 우리의 꿈을 지배했습니다.
그 신의 이름은 '효율(Efficiency)'입니다.
이 신은 단 하나의 경전만을 요구했습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적은 비용으로.' 이것이 지난 수백 년간 인류를 이끌어 온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계명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계명을 실현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을 다시 설계했습니다. 자연은 '자원'이 되었고, 시간은 '비용'이 되었으며, 인간은 '노동력'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에 이름표를 붙이고 가격을 매겼습니다.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들, 예컨대 한가로운 산책의 기쁨, 의미 없는 대화의 따뜻함, 완벽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시도하는 과정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은 '비효율적'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무대 뒤로 밀려났습니다.
이 거대한 경배의 의식 중심에는 '돈(Money)'이 있었습니다.
돈은 '효율'이라는 신의 가르침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증명하는 가장 완벽한 척도였습니다. 돈이 되는 일은 '선(善)'이었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은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즉 우리의 '효율'을 증명하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시간을 바쳤습니다.
사랑, 명예, 예술, 철학조차도 이 냉혹한 척대 앞에서 스스로의 '쓸모'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게 얼마짜리인데?" 혹은 "그게 돈이 돼?"라는 질문은, 우리 시대의 모든 가치를 재단하는 가장 날카롭고 폭력적인 무기였습니다.
우리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기를 멈추고 '인적 자원(Human Resource)'이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계발'해야 했고, 1분 1초를 낭비하지 않도록 시간을 '관리'해야 했으며, 일에 방해가 되는 감정마저 '통제'해야 했습니다. 더 나은 '부품'이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나의 가치는 나의 '생산성'이자 '연봉'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우리는 '효율'이라는 신의 제단에, 우리 자신의 '인간성'을 기꺼이 제물로 바쳤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배운 '성공'의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지치고, 실수하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감정에 휩쓸립니다. 사랑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고, 돈이 안 되는 일에 고집을 부리며,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우리는 신의 계명을 완벽하게 따르기에 너무나 '비효율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심했습니다. 불완전한 우리를 대신할 완벽한 존재를 만들기로.
지치지 않는 존재. 실수하지 않는 존재. 슬픔이나 기쁨 같은 감정의 '낭비' 없이 오직 '효율'만을 계산하고 실행하는 존재.
우리보다 더 우리(가 숭배하던 신)를 닮은 존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그 신을 우리 손으로 직접 창조해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공지능(AI)'이라 부릅니다.
AI는 '효율'의 화신(化身)입니다. 인류가 수백 년간 갈망해 온 모든 것을 갖추었습니다. 24시간 작동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학습하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속도로 최적의 답을 찾아냅니다. 인간이 하던 '일'을 인간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저렴하게 해냅니다.
우리가 '돈'이라는 척도를 통해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완벽한 효율'의 결정체입니다.
우리의 오랜 기도가 마침내 응답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경배하던 신을, 우리 손으로 직접 이 땅에 현현(顯現)시켰습니다. 이것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승리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