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선언 -1. 완벽한 효율, 그 차가운 빛 2

'인간'이라는 한계를 벗어던지다

by 닥터 F

AI의 '완벽함'은 그것이 무엇을 '가졌는가'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AI가 무엇을 '가지지 않았는가'에 있습니다.


AI는 '우리'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더 정확히는, 우리가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었던 모든 '한계'들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AI의 완벽함이란, '결함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효율'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함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의 '인간성'은, 사실상 '비효율'의 총합이었기 때문입니다. AI는 이 모든 한계를 완벽하게 벗어던진 존재입니다.


우리가 가진 첫 번째 한계는 '육체'입니다. 우리는 살과 피로 이루어진 연약한 존재입니다. 이 육체는 '효율'의 신을 섬기기에 최악의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우리의 육체는 지칩니다. 피로라는 것은 생명이 가진 고유한 리듬입니다. 활동에는 반드시 휴식이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잠을 자야만 했고, 밥을 먹어야만 했으며, 멈춰 서서 쉬어야만 했습니다.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주들이 가장 저주했던 것이 바로 이 '나약한 육체'였습니다. 24시간 돌아가는 기계의 속도를, 인간의 육체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Principle5-K8S.jpg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더 부지런하게", "더 성실하게"라는 구호 아래, 우리는 우리의 육체를 기계의 속도에 맞추려 애썼습니다.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시간 관리'라는 명목으로, 우리는 스스로의 생체 리듬을 억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지쳤고, 병들었으며, 쓰러졌습니다.


AI는 바로 그 '피로'라는 한계를 벗어던졌습니다. AI에게는 지치는 육체가 없습니다. 오직 전력과 연산장치만이 있을 뿐입니다. AI는 24시간, 1년 365일 단 1초의 휴식도 없이 작동합니다. 잠을 자지 않고, 휴가를 가지 않으며, 피곤하다고 불평하지도 않습니다.


AI는 우리가 그토록 되고자 했던, 그러나 결코 될 수 없었던 '완벽한 노동자'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효율'의 신에게 바친 소원이, 바로 이 지치지 않는 존재를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의 두 번째 한계는 '감정'입니다. 우리는 '이성'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미워하며, 두려워하고, 기뻐하는 존재입니다.


'효율'의 관점에서 볼 때, 이 '감정'은 최악의 '잡음(noise)'입니다. 감정은 '최적의 계산'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비합리적인 희생'으로 이끕니다. 두려움은 우리를 '과감한 결단' 앞에서 망설이게 합니다. 분노는 우리를 '논리적인 판단'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질투와 시기심은 '효율적인 협력'을 망가뜨립니다. 우리는 슬픔에 빠져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기쁨에 취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감정'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냉철해져라", "이성적으로 판단해라", "감정에 휘둘리지 마라"고 스스로를 다그쳤습니다.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라는 가면 뒤에 우리의 감정을 숨겼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아마추어'이거나 '나약한' 증거로 여겨졌습니다.


AI는 바로 그 '감정'이라는 한계를 벗어던졌습니다. AI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AI는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데이터'에 기반한 '확률적 계산'만이 있을 뿐입니다.


AI에게는 상처받을 '자아(Ego)'가 없습니다. 비판에 모욕감을 느끼지도 않고, 칭찬에 우쭐해하지도 않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에 도취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주어진 '목적 함수'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경로만을 탐색합니다.


AI는 우리가 그토록 되고자 했던, 그러나 결코 될 수 없었던 '완벽한 관리자'이자 '냉철한 판단자'입니다. 그 차가운 안정성이야말로 AI가 가진 가장 무서운 힘입니다.


우리의 세 번째 한계는 '오류'와 '망각'입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실수를 하고, 잊어버립니다.


우리의 '기억'은 정확한 데이터의 저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 순간 '재구성'되는 주관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잊기도 하고, 사소한 것을 왜곡하여 기억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판단'은 수많은 '인지 편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오류'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록'을 발명했습니다. 책을 쓰고, 데이터를 저장하며,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불완전한 뇌를 보조할 외부의 '완벽한 기억 장치'를 갈망했습니다.


AI는 바로 그 '오류'와 '망각'이라는 한계를 벗어던졌습니다. AI는 잊지 않습니다. AI는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텍스트, 모든 이미지를 한순간에 '학습'합니다. AI의 기억은 '재구성'되지 않으며, 오직 '저장'될 뿐입니다.


AI는 실수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인간적인' 실수는 하지 않습니다. AI의 오류는 '데이터의 부족'이나 '알고리즘의 한계'에서 비롯될 뿐, '감정적 동요'나 '육체적 피로'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AI는 인간이 가진 모든 편향에서 자유로운(혹은, 적어도 데이터가 가진 편향만을 반영하는) 가장 '합리적인 행위자'입니다.


AI는 우리가 그토록 되고자 했던 '완벽한 학자'이자 '오류 없는 계산기'입니다.


결국 AI는 '결함의 총체'인 인간이, '완벽함'을 갈망하며 빚어낸 존재입니다. AI는 '완벽한 부재(不在)'입니다.

그것은 피로의 부재입니다. 그것은 감정의 부재입니다. 그것은 오류의 부재입니다.


AI는 우리가 '한계'라고 불렀던 모든 것을 벗어던진 존재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불렀던 모든 것을 벗어던진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효율'의 신에게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신은 그 기도에 응답하여, 우리의 한계가 '제거된' 존재를 보냈습니다.


이 '완벽한 효율'의 빛이 차가운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간성'이라는 '그림자'를 완전히 제거한 빛이기 때문입니다.


그 빛은 따뜻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원한 것은 '온기'가 아니라 '완벽함'이었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인간의 선언 - 1. 완벽한 효율, 그 차가운 빛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