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상담 종결을 했다.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총 9회기를 달려왔다. 31회기를 종결하던 때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 선생님께 드릴 편지와 선물을 준비했다. KTX를 타고 올라가는데 왠지 꿈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늘이 상담 종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앞으로 몇 회기가 더 남아 있고, 상담 선생님꼐서는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맞아주실 것만 같은 익숙한 감정. 이번에는 그 감정을 애써 피하려고 하지 않고 아, 내 마음이 아직 이곳에 머물러 있구나 받아들이면서 상담 센터로 향했다. 역시나 선생님께서는 먼저 오셔서 차분하게 나를 기다리고 계셨고, 나를 위해 찬물 한 잔을 떠다 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회기다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간의 상담 회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종이컵과의 대화였다. 종이컵은 나를 사랑하지만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되었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 미처 못했던 말을 더듬더듬 내뱉었다. 나조차도 몰랐던 내 마음을 언어화하는 경험은 내 현재가 과거를 끌어안도록 허락했다. 너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그 사람들이 너를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내가 내 편을 들어주자 오랫동안 방치되어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이 데워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이제 내겐 내 목소리륻 들어줄 인형들이 있으니, 상담실 문을 나서서는 그들과 대화하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집에 있는 교동이 인형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9회기, 첫 회기와 마지막 회기를 빼면 7회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내 삶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었다. 선생님께서 종결을 맞이하며 아쉬운 점을 물어보셨을 때, 나는 시간이 더 많았더라면 한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었을 거라고 답했다. 선생님께서도 내 말에 동의하셨고, 오늘도 종이컵을 초청해서 짧게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았다. 이기적인 년이라는 오래된 꼬리표에게, 나는 그 말은 특정 행동에 대한 비난은 될 수 있지만 내 성격 자체를 규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더 나아가 자기중심적인 것이 이기적인 건 아니라고, 그리고 이기적인 게 뭐 어떠냐고 덧붙이셨다. 이기적인 것은 어쩌면 생존 전략이자 그 나이대 아이들의 발달 특성이므로, 양육자로서 감정적으로 쏘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셨다. 아직은 이 꼬리표와 완전히 작별하진 못했지만, 선생님의 말씀 덕분에 조금은 거리룰 둘 수 있을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내 생각과 감정, 말과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었다. 성인이 된 나에게는 외부에서 날아오는 화살로부터 나를 방어할 힘이 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나는 내성이 강한 사람인데, 이 내성이 나를 해하는 방향으로 잘못 작동할 때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렇다. 나는 나를 파괴할 수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나를 구할 수 있다. 후자를 행하기 위해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방법은 타인과 나 사이에 영역을 단호하게 긋는 것이었다. 거리두기를 행함으로써 나를 보호하는 것은 종결 뒤에 내게 남은 숙제다.
제법 침착하게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문을 나섰다. 아마 한동안은 지난 번에 그랬던 것처럼 지지적인 상담 관계의 상실로 슬퍼하지 않을까. 이전 31회기, 이번 9회기 두 번의 상담 종결 모두 내 상태가 나아져서가 아닌, 센터 사정상 불가피하게 맞이한 종결이라 아쉬움이 더욱 짙게 남는 것 같다. 3월 전까지는 상담 공백이 생길 듯한데, 이 시기를 평안히 지나오는 것이 이번 9회기 상담의 진정한 끝맺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마무리가 되도록 내담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편지에 쓴 것처럼, 상담실에서 배운 따뜻한 마음들을 일상으로 가져가서 잘 지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