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지기
유튜브의 어느 댓글에서 누군가 말했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여유롭고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갈수록 팍팍하고 못나질까.' 요즘 지나칠 수 있는 것에도 쉽게 화가 나는 내 태도가 싫을 때가 많다. 나는 낙천적인 비관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현실의 비관을 인정하되, 그 속에서 나름의 긍정을 찾는다. 어떻게 보면 합리화의 달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나를 덮쳐오는 모든 것들이 '괜찮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따금씩 삼키기 힘든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는 어떤 방법으로 헤쳐나갔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난번 친구들과 독서모임에서 친구들은 대부분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삶을 지향하지 않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일에 몰두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걸 잊었다. 조금의 여유와 사색, 그리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늘 부족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졸라맸다. 내 뇌 속은 그저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부족한 게 뭘까.'라는 약간의 설렘과 답답함으로 뭉쳐져 있는 근육과 같았다. 어느 순간 모든 게 잘 작동되지 않는 것 같았다. 회색빛에 가까운 감정을 곁에 두었지만, 이상하게 눈물은 울컥, 울컥 터져 나왔다. 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구나 싶었던 것은 어느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였다. 런던에서 축구경기를 본 한국 팬들이 손흥민 퇴근길을 기다리는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먼 타지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울면서도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내가 정말 고장이 났구나 지금. 다행히도 울음이 나지 않는 것보다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눈물이 나는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옥죄어오는 알 수 없는 이 느낌들은 괴롭다.
이 고민을 친구들에게 토로했다. 친구는 자신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며 그냥 지금을 받아들이고 기다리면 어느샌가 극복이 될 거라고 했다. 나도 그렇겠지? 기다리고 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져 살짝은 초조한 마음이 든다.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 강해보이기 위해 딱딱하고 차가운 것들로 내 마음을 감쌌다. 하지만 진정 강한 것은 땅에 떨어졌을 때, 탁-하고 깨지는 것이 아니라 촉촉이 젖어 말랑거리는 것이었다. 땅에 떨어져도 촥-하고 달라붙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원래의 모양을 만드는 물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싶다. 나의 의지대로 쉽게 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걸 알아도 모른 체하고 싶다. 왈칵-눈물이 쏟아지는 지금은 그저 새카맣고 딱딱한 마음을 눈물에 띄워 말랑해지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