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취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
후쿠오카에서 미키가 놀러 왔다. 미키는 교환학생 때 같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친해진 친구인데 일본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친구이다.
한국 사람 몇 없는 츄고쿠 시골 지역에서 교환학생을 했을 당시, 학교 근처에 큰 온천 거리가 있어 한 대형 료칸에서 일 년 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아르바이트생 모두 같은 대학교 학생이라 아르바이트 보단 동아리 같았다. 저녁 아르바이트 끝나면 다 같이 온천하고 근처 라면집으로 라면을 먹으러 가고, 아침 아르바이트 끝나면 둘러앉아 남은 된장국과 달걀로 아침밥을 해결한 후 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등교했다. 시골이라 할 게 없어서 누군가 집에 모여 요리해 먹거나 계절마다 근처 다른 현으로 여행을 다녔다. 시시콜콜한 추억거리를 말하자면 셀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이야 모두 친한 친구들이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첫 한, 두 달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없어 많이 외로웠다. 덩치도 크고 일본어도 잘 못하는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졌을 거다. 그러던 중 하루는 손님에게 낼 ‘스키야키 연수’를 받던 중 먹어 본 적도 없는 스키야키를 설명할 생각에 머리가 새하얘져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무슨 일 있냐며 말을 걸어 사정을 듣곤 다음 날 같은 아르바이트생 친구들을 불러 스키야키 집에 데려가 준 친구가 미키였다. 그 덕분에 하나둘씩 다른 친구들과 말을 트기 시작했고 그 후 다른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져 짧았던 교환학생 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일년 동안 친해진 친구들과 그 전날 새벽까지 다 같이 술 거나하게 마시곤 다 근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두 친구네 집에 나눠서 부대껴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친구들은 숙취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돌아가는 사람은 나 하나인데 차량을 세 대로 나눠 타며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후 내가 한국에 돌아가도 잊지 않고 오키나와 졸업여행, 대만 여행, 졸업 노미카이 등 항상 불러준 친구들이 만들어 준 아르바이트의 좋았던 추억 덕분에 쉽게 일본 취업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날 미키의 스키야키는 내 인생에 나비의 날갯짓이었다.
내겐 그런 선물 같은 존재였던 미키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카나가와로 놀러 왔다. 디즈니에 큰 관심도 없고 오래 걸어 다니는 건 싫지만 미키가 가고 싶다면야 하고 망설임 없이 티켓을 끊었다. 디즈니도 좋았지만 미키와 오랜만에 만나 옛날 추억 얘기하는 것도, 앞으로 뭐 하고 싶은지 꿈 얘기하는 것도 참 좋았다. 알고 지낸 지 벌써 6년 가까이 다 돼 간다, 미키는 어엿한 간호사이고 나도 내 입 하나 건사할 수 있는 바이어가 되었다. 3년 후엔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이야기한 그 꿈을 향해 가고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