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쩐구 Dec 18. 2023

시댁에서 듣고 싶은 말

날 자극하지 말아요

육아가 가장 힘들 때는 아무래도 내 몸이 아플 때다. 아이가 기관에 다니면 일단 어떻게든 준비시켜 오전에 보내고 나면 오후에 돌아올 때까지 잠깐 쉴 수 있는데... 가정보육은 24시간 쉴 틈이 없다. 내 컨디션만 괜찮으면 웬만해서는 디 받아 줄 수 있는데, 컨디션이 저조할 때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엊그제 시댁 생신 모임에서 어머니께서 또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씀을 하셨다. 


"네가 힘들어서 그렇지 하루라도 네가 더 데리고 있는 게 아이에게 이득이다. 누구누구도 오랫동안 데리고 있었던 것을 후회 안 한단다."


이미 여러 번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들을 때마다 오늘 당장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하루라도 더 데리고 있는 게 아이에 좋다는 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나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매일 손마디 마디가 욱신 거리고 아파도 여태껏 데리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반감만 살 뿐 도움이 일도 안 되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


내가 가정보육 하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할 만큼 했다. 이제 그만 보내라. 너 몸부터 생각해야지. 너 힘들면 언제라도 보내라."


좋은 추억이란 힘든 게 모두 지나 간 후에 형성되는 거지 힘든 상황에서는 나중에 다 추억이란 말은 개소리다.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 할 만큼 했다"라고 말해주는 게 오히려 나를 버틸 수 있게 한다.


시댁 관계자분들이 이 글 보시면 꼭 서로서로 전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나 자신도 되돌아보았다. 평소에 옆지기에게 젊었을 때 죽을 만큼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생각해 보니 진짜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말이다. 매일 적어도 회사에서는 무릎이 아플 정도로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신경 쓸 일이 백만 가지인 사람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암튼 엄마 말씀처럼 나는 말을 생각 없이 내뱉어서 문제 이긴 하다. 타인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전에 나부터 잘해야지.


누가 뭐래도 아이 웃는 얼굴 하나 보고 버틴다. 그러니까 날 자극하지 말아요.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건 해도 누가 푸시하는 걸 절대 하기 싫은 사람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엄마도 사람이기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